고증 불확실·정비 부진…병영성 남문터 관리 공백
2025-11-25 주하연 기자
24일 찾은 중구 서동 519 일원 병영성 남문터는 인적 없이 고요했다. 출입금지 펜스가 둘러쳐져 있었지만 남문터임을 알리는 안내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곳곳에 걸린 사적지 쓰레기 투기 금지 현수막은 글자가 바래 알아보기 힘들었고, 펜스 주변엔 생활쓰레기가 쌓여 관리 부재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 같은 문제는 중구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열린 행정자치위원회 경제문화국 소관 문화관광과 감사에서 김도운 의원은 남문터 정비 지연과 고증 불확실성을 집중 제기했다.
김 의원은 “발굴 보고 이후 남문터로 알려졌지만 그 위치가 고증에 기반한 ‘확정’인지 단순 ‘추정’인지에 대한 근거가 공개되지 않았다”며 “명확한 학술적 검증 없이 발견 사실을 기정사실처럼 홍보하면서 학계와 주민들 사이에서 의문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술적 가치가 큰 유적인데도 정비가 미진해 체험 요소가 거의 없고, 관람객 동선도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비어 있는 공간처럼 보인다”며 “관람 연계 효과도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병영성을 단일 유적이 아닌 ‘역사문화권역’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탐방코스, 해설 프로그램, 야간 관람, 지역상권 연계 등 체계적 프로그램이 부족해 병영성이 울산의 주요 역사문화자원임에도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남문터뿐 아니라 병영성 전체를 잇는 탐방 동선과 콘텐츠를 구축해야 한다”며 “현장형 콘텐츠와 웹 기반 콘텐츠, 스토리텔링 해설을 연계해 역사·관광·교육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구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병영성 남문터 정비 계획을 포함해 전체 유적의 관람환경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며, 필요한 정비가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며 “문지 위치에 대해서는 정비계획 용역 단계에서 역사적 고증과 근거자료를 발췌해 주민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