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줄고 복지 늘고…울산 기초단체 재정 흔들린다]‘몸집 키운’ 복지에 자체사업들 밀릴판

2025-11-26     김은정 기자
“세입은 갈수록 줄고 법정경비와 매칭사업 부담은 늘면서 허리띠를 아무리 졸라도 감당이 어렵습니다. 사업 포기나 자체사업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걱정입니다.”

울산 기초자치단체 종사자의 하소연이다. 지역 대다수 지자체들이 복지예산은 매년 증가하는데, 세수는 줄어들어 필수 행정인력과 시설 관리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오죽하면 단체장이 직접 나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재원배분과 자치구 재정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들의 재정난을 유발하는 현행 제도의 구조적 문제 등을 통해 재정운영 효율성 방안을 살펴본다.

◇복지예산 60% 넘긴 울산 기초단체

울산 기초자치단체 재정에 경고등이 켜졌다. 해마다 늘어나는 복지수요와 예산 부담이 맞물리면서다. 특히 내년도 복지예산 비율이 모두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중 가장 먼저 경고음을 낸 곳은 중구다. 올해 중구의 복지예산 비중은 60.03%로 이미 60% 선을 넘어섰다. 남구도 올해 59% 수준에서 내년에는 61%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남구 관계자는 “복지예산 비중이 매년 2%p씩 상승하고 있어 단순 계산만으로도 연간 68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예산 규모가 가장 작은 동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필수경비만 반영해도 약 160억원이 부족한 상태다. 북구도 복지예산 증가와 매칭사업 부담으로 자체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울주군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울주의 재정자립도는 31.8%, 재정자주도는 53.9%로 가장 낮은 중구와 비교하면 각각 20%p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교부금 줄고 세입 정체…재정 압박

울산 지자체 주요 세입원은 주민세 등 보통세와 부동산교부세, 그리고 울산시가 배분하는 조정교부금이다. 그러나 이들 세입은 모두 최근 몇 년간 감소하거나 정체 상태를 보이면서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부동산교부세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과 공시가격 하락, 거래량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동구의 경우 2021년 226억원이던 교부세가 지난해 180억원, 올해는 173억원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시 세입 감소로 각 기초단체에 배분되는 조정교부금도 함께 줄었다. 울주를 제외하고 시가 4개 자치구에 배정한 조정교부금 총액은 2024년 대비 2025년 약 70억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세는 자치구의 몇 안 되는 자체 세입원이지만, 규모가 작고 지역별 편차가 커 안정적 수입원이 되기 어렵다.

중구는 지난해 울산에서 처음으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1%)에 진입하면서 복지비용이 급증했지만, 기업이 거의 없어 주민세 수입이 미미하다. 기업 유출로 인한 세수 공백은 지역경제 위축과 세입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구는 일부 신축 건물과 상권 덕분에 사정이 다소 나은 편이지만, 인건비와 물가 상승으로 내년도 예산이 4.4% 증가했고, 인건비만 50억원가량 늘었다. 내국인은 줄고 외국인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동구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동구에 따르면 외국인 1명이 부담하는 구세액은 약 3만9000원으로, 내국인(약 33만5000원)의 9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교부금과 세입 감소로 잉여금도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남구는 계속사업비를 제외하면 잉여금이 200억원대 수준이고, 동구는 2023년 300억원이던 잉여금이 올해 17억원까지 급감했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까지 맞물리면서, 돈 없는 지자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기초자치단체 예산담당자는 “잉여금이 없어 예비비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조금만 돌발 상황이 생겨도 바로 적자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긴축이 일상화된 행정…시민 체감 서비스 감소

예산 압박이 지속되면서 각 지자체는 이미 긴축재정 체제에 들어갔다.

매칭비와 인건비 조차 충당하기 어려워 행사 취소, 사업 축소, 시설 유지보수 지연이 일상화되고 있다.

중구는 올해 구민 참여 행사 예산을 30% 감축했고 남구도 내년도 신규사업 일부를 보류했다.

북구는 구청 내 예산 절감을 위해 사무관리비를 대폭 줄였으며, 동구는 해양레저관광거점사업 공모에 선정됐지만 구비 120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