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숨가쁜 울산 제조업, 고강도 탄소규제는 이제 생존 문제

2025-11-28     경상일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충격에 EU의 강력한 ‘탄소규제’까지 겹치면서 울산 산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정부가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한 데다 EU가 204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90%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하면서 탄소규제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 핵심 정책인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EU를 주요 시장으로 둔 수출기업은 새로운 탄소 무역장벽까지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EU의 이번 결정은 기존 2030년 55% 감축 목표보다 무려 35%p 상향된 초강력 규제다. 2035년 중간 목표 역시 66.25~72.5% 감축으로 설정했다. 내년 CBAM이 시행되면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기·수소 등 6개 탄소 다배출 품목에 탄소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수출기업들이 예상하는 충격도 작지 않다. 국회미래연구원은 CBAM이 전면 시행될 경우 국내 산업 전체의 부담액이 8조2456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과 석유정제, 운송장비(조선), 철강 업종의 피해가 특히 클 것으로 예측됐다.

EU는 미국·중국에 이어 울산의 세 번째 큰 수출시장으로, 지난해 지역 전체 수출의 13%를 차지했다. 부경대 이동주 교수 역시 탄소세가 확산될 경우 울산 정유·화학 생산은 최대 1억980만달러, 수출은 1억554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와 조선. 금속·기계 산업도 저탄소 기술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울산 산업의 구조적 특성도 글로벌 무역장벽의 문제를 키운다.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완제품의 80~90%를 수출하는 산업의 특성상 글로벌 규제 변화는 곧바로 생산과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 유럽 바이어들은 “탄소발자국을 낮추지 않으면 계약이 어렵다”는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EU의 CBAM 도입과 고강도 탄소감축은 울산 산업에 또 하나의 중대한 시험대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할 과제가 많다. EU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생산 공정의 탈탄소화, 저탄소 인증 확보, 공급망 재편 등 종합적이고 선제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트럼프발 관세폭탄으로 이미 숨가쁜 울산 제조업에 ‘고강도 탄소규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적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