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87)
두 소녀는 네 명의 왜인들이 죽는 모습을 보며 기절해 버렸다. 그녀들로서는 그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천동은 가슴이 노출된 소녀의 옷을 여미어줬다. 그러고는 그 옆에서 죽은 왜인들의 시체를 범바위 뒤편으로 가져가서 그녀들이 깨어났을 때 볼 수 없도록 했다. 그런 연후에 천동은 소녀들을 깨웠다.
“많이 놀랐을 것이오. 하지만 이미 왜인들이 다 죽었으니 이제는 안심해도 되오.”
아직도 겁에 질려 있는 소녀들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천동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들은 금세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낭자들은 어디 사는 뉘시오?”
“저희는 요 아래 괴정마을 옆에 있는 마동마을에 사는 옥화와 동백이라고 합니다.”
“마동마을이면 예로부터 대마를 많이 재배해서 삼밭골로 불리는 곳인데, 경주댁 장 씨 아줌마를 아세요?”
“네, 저는 그 옆집에 살고, 동백이는 그보다 조금 떨어진 골목 어귀에 삽니다. 동백이네는 아주 오래전부터 잘미기 위에 있는 가마골의 숯가마터에서 숯을 구워 팔아서 삽니다.”
“그 숯가마는 천 년도 더 된 것인데, 부잣집 처자군요. 그런데 어쩌다가 이리 되었소?”
“모처럼 날씨가 화창해서 계곡에 놀러 나왔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왜인들에 의해 이렇게 된 것입니다.”
“달령을 지키던 이눌 장군도 다른 곳으로 가시고, 기박산성에서 창의기병을 하셨던 이봉춘 장군도 성을 떠나셨으니 누가 있어서 왜적들을 막을 수 있었겠소. 하지만 이제 왜적들도 더는 이곳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요.”
“어떤 연유에서인지요?”
“자세한 것은 말해줄 수 없지만 머지않아서 알게 될 것이요.”
“저 사실은 오라버니를 뵌 적이 있어요. 장 씨 아줌마 집에 들르셨을 때 먼발치에서 두 번인가요.”
옥화는 이미 천동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왜인들에게 겁탈당하면서 저고리가 찢겨져서 자신의 가슴이 노출되었을 때, 자신을 구하려던 천동이 봤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이 정신을 잃기 전에는 분명히 앞섶이 찢겨져서 가슴을 드러낸 상태였는데 깨어나 보니 저고리가 여미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천동이 그리했을 것이고 그는 당연히 자신의 가슴을 봤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우겨서라도 그에게 시집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얼굴이 붉게 물들어진 상태인데도 그녀는 용감하게 천동에게 말했다. 참으로 당찬 처자였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지만, 저는 이제 오라버니에게 시집 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라버니가 저를 데려가 주세요. 시집도 안 간 처녀가 남정네인 오라버니에게 제 알몸을 보였는데, 제가 어떻게 다른 남자와 혼인을 하겠어요. 정말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오라버니가 그렇게 해 주세요. 네?”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