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100세 시대, 40년의 은퇴 후 삶’을 준비하는 부동산 투자법
한국이 2025년을 기점으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올해 처음으로 1051만명을 넘었고, 전체 인구의 20.3%에 달했다. 65세 이상의 평균 여명(기대 수명)은 약 21.5년으로, 단순 계산하면 65세 이후 평균 86세까지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현실은 단순히 연금이나 노후 준비 이상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전히 은퇴 후 ‘생활비+의료비+여가비+예비비’를 감당할 만한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한 이들은 많지 않다. 과거처럼 ‘집 한 채 보유=안정’이라는 등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에, 많은 이들에게 ‘수익형 부동산’이 노후의 든든한 기반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수익형 부동산은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에는 단순히 상업지역에 건물을 짓고, 공인중개사 손을 빌려 임차인을 구한 뒤 임대료를 받으면 되는 구조였다. 상권만 괜찮다면 임대료는 꾸준히 오르고 공실 걱정도 적었다. 하지만 이제 그 공식은 흔들리고 있다. 빈 점포가 늘고, 임대료도 하락하는 시장에서는 단순히 ‘건물 갖고 임대료 받기’만으로는 안정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지금 부동산을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현금흐름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중요하다.
먼저, 투자 전에 해당 지역의 인구 구조, 주거 형태, 생활권의 변화, 소비 패턴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예컨대 1인 가구가 많거나 고령 인구가 늘고 있는 지역이라면, 대형 외식 매장보다는 편의점, 생활형 서비스 공간, 의료·요양·헬스 관련 시설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반대로 젊은 신혼부부나 직장인이 많은 지역이라면, 공유오피스나 어린이 관련 서비스 공간이 유망할 수 있다.
둘째,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공간 기획’의 수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층별 구성, 동선, 공용시설, 화장실과 서비스 면적 비율, 매장 노출 및 진입 동선, 주차 및 접근성 등은 매출에 직결되는 요소다. 설계 단계에서 이 같은 요소를 미리 고려하면, 공실 위험을 줄이고 우량 임차인을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셋째, 임대인과 임차인은 ‘공생 파트너’다. 최근에는 고정 임대료보다 매출의 일정 비율을 임대료로 받거나, 임대인이 인테리어나 설비 일부를 부담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 임차인이 사업을 잘해야 임대인도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 중이다. 즉, 건물을 소유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읽고 공간을 설계하며, 임차인의 성공을 함께 기획해야 하는 ‘운영자’로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모든 투자자가 스스로 분석하고 설계하고 관리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은퇴 후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이들에게는 처음부터 설계, 자금 구조, 리모델링, 임차인 관리, 임대차 계약 조건 설정, 세금·금융 구조 설계까지 모두 혼자 감당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다행히 국내에도 이런 일련의 과정을 대행하거나 자문하는 부동산 기획·운용 전문 회사들이 존재한다. 이들과 협업하면, 토지 매입 단계부터 어떤 수요를 겨냥할지, 어떤 층별 조합과 업종 구성이 이상적인지, 임대료 정책은 어떻게 설계할지, 리모델링은 어느 수준까지 할지 등을 전략적으로 정할 수 있다.
노후 자산으로서 수익형 부동산을 바라본다면, 단순한 ‘건물 소유’가 아니라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사업’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선 전문가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100세 시대’는 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은퇴 후 30~40년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문제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소득이 필요하다. 수익형 부동산은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다. 다만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짓고 임대하면 끝’이라는 낡은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금은 공간을 기획하고, 수요를 분석하며, 임차인과 함께 성장하는 방식이 중요한 시대다.
노후를 위한 든든한 자산으로 수익형 부동산을 고민한다면, ‘보유자’가 아닌 ‘운영자’가 돼야 한다. 전문가와의 협업도 적극 검토하며, 시장 변화를 정확히 읽고, 미래를 위한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수익형 부동산은 단순한 노후 대비 수단을 넘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정협 서호홀딩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