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달러·유로·위안 급등…‘환율불감증’이 환난 키운다

2025-12-01     경상일보

지금 외환시장은 말 그대로 환난(換難)을 방불케할 정도로 불안하다. 달러, 유로, 위안, 파운드 등 주요 통화 대비 원화 환율이 폭등하며, 원화 가치는 IMF 외환위기 수준보다 추락했다. 사실상 ‘재앙의 문’이 열린 상황이다. 환율은 경제 건강을 가늠하는 최전선 지표다. 원화절하 쇼크는 한국경제에 던져진 최후 경고나 다름없다.

올해 1~11월 달러 평균 환율은 1418원으로 지난해보다 4% 상승했다. IMF 위기 당시(1394원)와 2009년 금융위기 직후(1276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주 1달러당 환율은 1470원에 달했고, 현찰로 확보하려면 거의 1500원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지붕뚫고 하이킥’이다. 주요 통화 대비 원화약세도 심각해지고 있다. 2월 1500원대 초반이던 1유로당 환율은 1700원을 넘어섰고, 위안화는 6월 190원 안팎에서 210원에 근접했다. 파운드는 1800원대에서 1946원까지 폭등해 현찰로 거의 2000원이 필요하다. 유일하게 엔화만이 외환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사회 전반에 퍼진 ‘환율불감증’이다. IMF 위기보다 심각한 상황에도 위기 경고는 무시되고 있다. “설마 외환위기가 또 오겠어?”라는 안일한 군중심리만 자리 잡았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환율불안을 키운다. 적자 재정 확대와 주가 부양 정책으로 과연 환율 쇼크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까지 끌어쓰겠다는 발상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원화 약세 원인을 서학개미 탓으로 돌리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통계상 국민연금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서학개미보다 1.5배 이상 많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 속에서도 한국 경제 회복력에 대한 신뢰 부족, 금리 격차 확대,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향후 10년간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직접투자가 원화 약세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IMF는 고환율로 달러 기준 GDP가 올해 0.9%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기업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방치하면, 냄비 속 개구리처럼 우리는 서서히 다가오는 환난 속에서 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 민생 부담을 덜고 장기적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재정 정책이 절실하다. 고환율 쇼크를 극복할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