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AIDT 급제동’ 울산 미래교육 포기가 돼선 안돼

2025-12-01     경상일보

AI 디지털교과서(AIDT) 사업이 전국에서 흔들리고 있다. 교과서 지위를 잃은 뒤 법적 근거까지 사라지면서 내년 도입을 신청한 울산지역 학교도 44곳에서 36곳으로 줄었다. 전체의 14.4%에 그치는 수치다. 현장의 피로감과 정책 불신이 겹치자 울산시교육청은 관련 예산을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삭감했다. 무리한 확산은 멈췄지만, 이것이 곧 미래교육을 접겠다는 의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

AI교과서 도입이 섣부른 것은 분명하다. 공론화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서둘러 교과서 지위를 부여했다가 2년 만에 ‘교육자료’로 격하한 정부의 결정은 정책의 일관성을 무너뜨렸다. 준비되지 않은 인프라, 충분치 않은 교사 연수, 검증 부족 상태에서의 강행은 결국 현장 혼란으로 이어졌다. 울산의 신청률 하락 역시 이런 구조적 실패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이 실패를 디지털 교육 자체의 문제로 오해해선 안 된다. 섣부른 도입이 문제이지, AI 기반 교육의 필요성까지 부정할 이유는 없다.

울산이라는 도시의 상황은 더 복합적이다. 울산은 제조AI 전환, AI 기반 안전도시, 미래 모빌리티, 수중 데이터센터 등 지역 산업의 미래를 ‘AI’에 걸고 있다. 산업의 구조가 바뀌면 인재의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공장과 선박에서 AI가 데이터를 읽고 결정을 돕는 시대라면,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문해력과 AI 이해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이 산업을 따라가지 못하면 지역 전략은 반쪽이 된다. AIDT가 축소되었다고 해서 울산의 인재전략까지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더구나 울산은 이미 AIDT 준비를 위해 수백억원 규모의 인프라를 갖췄다. 1인 1스마트기기 보급, 무선망 현대화, 서버 구축 등은 단지 ‘교과서 보기용 화면’이 아니라 울산의 미래교육 기반이 될 자산이다. 정책이 흔들렸다고 이 인프라를 낭비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이 재설계의 적기다. AI 기반 기초학력 진단, 디지털 문해력 강화, 학습 데이터 분석 시스템, 교사 연수 체계화 등으로 방향을 전환한다면 울산의 학교는 AIDT의 한계를 넘어 실질적 AI 교육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울산은 AI 디지털교과서(AIDT) 사업 도입 초기부터 신중론을 견지해 무리한 확산의 부작용을 줄였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폐기’가 아니라 전략적 재구성이다. 기술 중심의 과속 정책은 멈추더라도, 미래교육을 향한 울산의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