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함께 사는 외국인, 울산의 새로운 이웃

2025-12-02     경상일보

울산은 지난 반세기 동안 강력한 산업 정체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왔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으로 대표되는 울산의 산업 기반은 국가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위상은 견고하다. 그러나 최근 우리사회 전반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다문화화 흐름은 지역사회의 구조와 일상적 풍경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울산광역시 외국인주민은 약 4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4.1%에 달한다. 2010년 2만여명이었던 외국인주민 수는 단 10여년 만에 두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최근 증가 속도가 빨라져 올해는 전년 대비 8.9%나 늘어났다. 이는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울산 사회의 구조적 변화임을 보여준다

기업체가 밀집한 동구 방어동, 울주군 온산읍·웅촌면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다수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산업도시 울산의 특성을 반영한다.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내 출생 외국인주민의 자녀와 유학생, 연구원 등 다양한 목적의 이주민까지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역사회는 이들과 더욱 자주, 더 밀접하게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주민의 빠른 증가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일부 산업의 인력 부족을 해소하는 순기능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 저하나 임금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외국인주민이 밀집한 거주지에서는 생활 규칙의 차이, 문화적 이해 부족, 언어 소통의 한계로 인해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배출시간 미준수, 층간소음, 주차 문제 등 일상적인 갈등은 외국인주민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고, 치안 문제로 확대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소한 충돌은 이주민 전체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져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악순환을 낳고, 결국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키우게 된다.

하지만 외국인주민은 단순히 관리와 지원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집단이 아니다. 경제·문화·교육·산업 전반에 걸쳐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특히 울산이 주력 산업의 재도약과 미래 신산업 발굴이라는 중대한 변곡점 앞에 서 있는 이때 다양한 배경을 지닌 외국인 주민이 가진 시각과 전문성, 국제적 경험은 울산의 산업적 경쟁력과 도시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자원이 될 수 있다. 숙련된 외국인 기술 인력은 제조업 혁신에 필요한 전문성을 제공하고, 유학생과 연구 인력은 울산의 교육과 문화분야에서 다양성을 확대시키며 국제 교류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한다. 울산이 폐쇄적인 산업도시 이미지를 넘어 개방적이고 활력 있는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가진 문화적 다양성과 국제적 감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역 변화에 대응하는 출발점은 바로 ‘주거지’가 될 수 있다. 거주공간은 모든 지역사회 관계의 출발점이며, 일상적 갈등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생활의 현장이기 때문에 주거지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외국인주민을 향한 지역사회의 배타성을 완화하거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우선 외국인주민의 거주 실태를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지역주민 인식조사를 병행해 문제점과 정책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울산시는 주거지 중심의 외국인 포용정책을 발굴하고 실행해야 한다. 다국어 마을생활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외국인과 내국인 주민 간 갈등을 즉각적으로 중재하고, 생활 안전 및 환경 정보를 다국어로 제공하여 초기 갈등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아울러 동(洞) 단위 주민자치회와 연계한 소규모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외국인주민을 ‘행정지원 대상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양해지는 외국인 특성을 고려해 외국인 자녀를 위한 교육·돌봄 공간을 마련하고, 외국인 유학생이 교육·통역·봉사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다문화 감수성을 지역사회에 확산시키는 동시에 기업 현장에서 국제적 시각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마련될 것이다.

외국인주민의 증가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동시에 울산이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주거지에서부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노력이 확산될 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울산이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위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포용의 토대가 필요하다. 모든 구성원이 더불어 살아가는 포용도시 울산을 기대한다.

이주영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