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문턱, 울산시인들 시집 출간 봇물

2025-12-02     차형석 기자

한 해를 갈무리 하는 시기를 맞아 울산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시집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라져가는 사람과 사물
연민의 시선으로 시에 담아

◇최용수 <물방울무늬 자화상>

울산 송정동 출신의 최용수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물방울무늬 자화상>(시작시인선·104쪽)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잊히고 사라져가는 사람과 사물을 따뜻한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서정성 깊은 시로 구성됐다. 1~4부로 나뉘어 총 65편이 실렸다.

특히 삶의 고달픔을 얼룩에 비유하며 그것이 죄의 낙인이 아닌 극복해 살아온 상흔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표제작인 ‘물방울무늬 자화상’은 모든 사라지는 것들과 동행하려는 ‘수만 갈래의 사랑’이자, 자신을 향하지 않는 시인다운 기록 욕망을 상징한다.

마음 닿는 존재에 시의 향연
단정하고 울림 깊은 서정시

◇서금자 <푸른바람>

울산 출신으로 40여년 교단에 서 온 서금자 시인이 네 번째 시집 <푸른바람>(도서출판한글·136쪽)을 출간했다.

시집은 5부에 걸쳐 80여편 게재됐다. 마음이 닿는 존재들마다 시의 향연(饗宴)을 펼쳐 보이며 특유의 단정하고 울림이 깊은 서정시가 다수다.

서 시인은 “시가 있는 날들은 당신의 무릎 아래에서처럼 첫 순수 그대로, 덜 찬 여명에 마음껏 감탄하기와 같다”고 말했다.

서 작가는 2011년 ‘수필시대’로 수필가로 등단했고, 이듬해 ‘한국문인’ 신인문학상으로 시인으로 등단했다. 춘원 이광수문학상을 비롯해 울산문학 올해의 작품상, 울산남구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무의지적 기억을 이미지로
되찾는 과정 속 여정 그려내

◇장선희 <조금조금 초록 벽지>

경남 마산 태생으로 울산에서 활동하는 장선희 시인이 신간 시집 <조금조금 초록 벽지>(달을쏘다·136쪽)을 내놓았다.

시집은 4부로 나뉘어 ‘에게 식당’ ‘삽화를 그려줄게’ ‘ 커피 냄새는 화약 냄새를’ 등 총 54편이 실렸다.

김학중 시인은 해설을 통해 “장선희 시는 무의지적 기억을 이미지로 견인해 오는 시이다. 이 행위를 통해 이미지를 되찾는 이미지의 여정을 우리 앞에 현시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장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시를 쓰는 동안은 다른 공간 속에 내가 있다. 그런 경험들이 나를 특별하게 해준다”라고 했다.

지난 세월과 내면의 사유
사계절의 색채 시에 녹여

◇권후근 <밀월>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후근 시인이 30년 만에 습작을 재개하고 시집 <밀월>(책나무출판사·130)쪽을 발간했다.

이번 시집은 1~3부로 나눠 시인의 지난 세월과 내면의 사유를 담은 총 60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다. 봄꽃처럼 화사하고, 여름 시냇물처럼 맑으며,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흰 눈 같은 시간의 색채가 한 권의 책 속에 녹아 있다.

시인은 사회적 갈등, 청년 실업 등 현실 문제를 중용적 시선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개인과 시간, 상실과 회복의 경계를 오가며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의미를 탐색한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