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여성암 1위…조기발견땐 생존율 99%

2025-12-03     차형석 기자

얼마전 개그우먼 박미선이 짧은 머리로 방송 예능프로에 나와 유방암 투병사실을 공개해 화제가 됐었다.

박미선은 올해 1월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했는데, 이날 방송을 통해 방사선 치료 후 휴식기를 갖고 있다며 근황을 공개했다.

박미선의 유방암 투병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중년 여성의 병’으로 인식됐던 유방암은 최근에는 30~40대 젊은 여성에게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보람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배경국 부원장과 함께 유방암의 증상과 조기 발견을 위한 진단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유방암 환자 30~40대가 전체 26.5% 차지

유방암은 여성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이자, 현대 의학이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암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방암 발생률이 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유방암 환자는 30만9423명으로, 2020년보다 32% 증가했다. 이 가운데 30~40대 ‘젊은 유방암’ 환자가 전체의 26.5%를 차지했다.

유방암은 유방 내 젖줄(유관)이나 젖샘(소엽)에 암세포가 생겨 자라나는 질환이다. 암세포가 관 안에 머물러 있으면 ‘상피내암’, 주변 조직으로 번지면 ‘침윤성 암’으로 진행된다. 침윤성 유관암이 전체 환자의 70~8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형태다.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발병 가능성이 커진다. 직계 가족 중 유방암·난소암·췌장암 환자가 있다면 발병 위험은 2~3배 증가한다.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으며 주목받은 ‘BRCA 유전자 돌연변이’도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저출산, 모유 수유 감소, 체중 증가와 고령화가 국내 유방암 발생률 증가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유방암의 가장 큰 문제는 초기에 특별한 통증이 없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이 없는 단단한 멍울(혹)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주로 통증 없는 멍울이 만져지거나, 유두에서 비정상적인 분비물이 나올 수 있다. 암이 진행돼 2~3기가 되면 피부가 움푹 들어가거나 주름이 생기는 변화, 유두 습진, 겨드랑이 림프절 종대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말기인 4기에는 유방 모양 변형, 유두 함몰, 피 섞인 분비물이 나타나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뼈 통증이나 호흡 곤란 같은 전신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람병원 영상의학과 배경국 부원장은 “유방암은 갑상선암을 제외한 암종 중 여성에게서 가장 많은 발생률을 보이는 암종이다. 하지만 걱정할 일이 아니라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생존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유방암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통증이나 불편감을 거의 주지 않는다. 즉, 몸이 느끼기 전에 확인하는 것이 조기진단이고, 이것이 바로 생명을 지키는 출발점이다”라고 밝혔다.



◇0기 생존율 99%, 4기는 44%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0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9%, 1기는 97%, 2기는 93%로 높지만 3기(79%), 4기(44%)로 진행될수록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나이, 유방조직의 특성, 위험요인에 따라 적절한 검진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검사는 유방촬영술, 유방초음파, 유방자기공명영상(MRI) 세 가지다. 이 중 유방촬영술(맘모그래피)은 유방암 검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다.

배경국 부원장은 “유방촬영술은 엑스레이를 이용해 유방의 전체적인 구조를 확인하며, 특히 초기 유방암에서 나타나는 미세석회화나 작은 종괴를 찾는 데 효과적”이라며 “일반적으로 40세 이상 여성은 1~2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유방촬영술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증상이 없어도 받을 수 있으며, 검진에서 가장 중요한 1차 검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년마다 시행하는 국가암검진 항목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유방초음파는 초음파를 사용해 유방을 보다 자세하게 관찰하는 검사다. 배 부원장은 “유방초음파는 사선 노출이 없고, 유방 내부의 변화나 멍울의 성격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며 “특히 한국 여성에게 많은 치밀유방의 경우 유방촬영술에서 병변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어, 초음파가 보완적 검사로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유방에서 멍울이 만져질 때나 이전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경우에도 초음파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방 MRI는 가장 정밀한 유방 영상 검사로, 민감도가 가장 높아 다른 검사로 보이지 않는 병변까지 찾아낼 수 있다. 배 부원장은 “MRI는 모든 사람이 정기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검사는 아니지만, 가족력이 강하거나 BRCA 같은 유전성 위험이 있는 고위험군, 또는 유방암 수술 전 병변의 범위를 정확하게 평가해야 하는 경우에 특히 유용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괜찮겠지?”라는 생각보다 “확인해보자”라는 선택이 생명을 지킨다는 점”이라며 “조기진단은 불안을 줄이고, 미래를 지켜주는 가장 따뜻한 건강 습관이다”라고 강조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