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장애인 학대 의심땐 3자 녹음허용’ 논란

2025-12-03     이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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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의심 상황 등에서 제3자의 녹음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울산 교육현장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배우는 통합교육이 확대되는 울산에서는 통합학급 기피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여야 의원 18명과 함께 아동학대처벌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아동과 장애인 등에 대한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제3자가 이런 정황을 녹음할 수 있고, 녹음본을 증거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두고 일선 교육 현장 내 반발 목소리가 거세다. 법안 취지는 아동 보호 강화에 있지만, 모든 교실이 자칫 상시 감시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특수교사 등의 교육적 상호작용을 위축시키고, 장애 학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수학생 지도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이뤄지는 감정 조절이나 신체적 중재, 반복 설명 등이 단편적 녹음으로 왜곡될 경우 교사가 곧바로 범죄 의심 대상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결국 통합학급 기피 심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통합학급은 특수교육대상자를 포함해 일반 학생 교육까지 이중 관리가 필요하다. 정서적 부담이 크고 학부모 민원 대응도 까다로워 교사들 사이에서 가장 힘든 업무 중 하나로 꼽힌다.

게다가 특수교육대상 학생과 통합학급 수는 해마다 늘고 있어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올해 울산 전체 학생 대비 특수교육대상자 비율은 2.27%다. 이에 따라 통합학급은 유치원 127학급, 초등학교 1046학급, 중학교 469학급, 고등학교 367학급 등 총 2009학급이 운영 중이다.

특히 유치원·중학교 통합학급은 1년 전보다 늘었다. 중학교의 경우 지난해 442학급에서 27학급 늘어난 469학급으로 운영되며 교사들의 업무량은 급증하고 있다. 특수학급도 1년 사이 19학급 증가해 올해 370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교총·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개정안 시행 시 교원은 언제든 녹음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며 교육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개정안은 이미 과도한 신고와 수사로 고통받는 교사들을 녹음 파일 하나로 학대 가해자로 몰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애계에서는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지역 한 특수교육 관계자는 “아동들이 스스로 학대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보호자가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때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