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는 ‘선생님’ 이용자는 ‘어르신’, 반복되는 호칭갈등, 세대 합쳐 풀었다
2025-12-03 김은정 기자
세대 차이에서 비롯된 호칭 혼선이 복지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동구 방어진노인복지관이 이용자가 참여한 ‘호칭 투표’를 통해 공식 호칭을 정하며 새로운 소통 기준을 마련했다. 복지관 안에서 제각각 쓰이던 부름말을 구성원 스스로 정비한 만큼, 지역 복지시설 전반의 호칭 문화 개선에 좋은 사례가 될 전망이다.
그간 일부 이용자가 직원에게 높임의 의미로 ‘아가씨’ 등 익숙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오해가 생기거나, 직원이 예우 차원에서 사용한 ‘어머님·아버님’ 호칭을 부담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방어진노인복지관은 이러한 혼선을 줄이기 위해 지난 10월 한 달간 호칭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는 안내판에 마련된 칸에 이용자가 원하는 호칭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후보는 ‘어르신’‘아버님·어머님’‘회원님’ 등으로 최종 결과 ‘어르신’이 총 110표 중 56표를 얻어 공식 호칭으로 선정됐다.
이와 함께 복지관 측은 이용자들이 직원에게 부르는 명칭도 ‘선생님’으로 통일했다.
투표 결과는 각 층과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안내판으로 게시했고 신규 회원 교육에도 반영해 안내를 이어가고 있다.
정민정 물리치료사는 “그동안 다양한 호칭이 섞여 혼선이 있었는데, 투표 이후 이용자 선호가 분명해졌다”며 “요즘은 직원에게 다른 호칭이 나오면 옆에서 ‘선생님이라고 해야지’라고 서로 바로잡는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용자 제효일씨는 “어르신이라고 불러주니 존중받는 느낌이 있다”며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안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어진노인복지관 관계자는 “당초 ‘회원님’으로 호칭을 보편화하고자 하는 계획도 있었지만 현장의 선택이 달랐다”며 “이번 투표가 무심코 써온 호칭을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복지관 전체에 존중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안내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