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22)서동 왕자로 재탄생-서동공원
윗단과 아랫단을 아우르는 큰 원형길
윗단만 돌게 하는 원형의 작은 길
이웃 간 화목을 위해 만든 길 동그랗다
그 옛날 동네 길을 한 바퀴 돌았지만
이제는 공원 길을 한 바퀴 도는 세상
언제나 앞마당처럼 발 디딜 수 있는 곳
안 쓰는 의자 들고 파고라 모인 주민
오늘도 둥근 생각 시름을 털어내고
서로의 등 토닥이며 희망가를 부른다
도로에서 한 발만 디디면 담 없는 공원을 만날 수 있다.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곳도 있긴 하다. ‘서동공원’의 안내판을 보면서 그 옛날 서동 왕자가 떠올랐다. 선화 공주와 서동 왕자와의 사랑 이야기를 생각하며 서동요도 흥얼거려 보았다.
한 곳만 주택과 맞닿아 있고 다른 부분은 뻥 뚫려 공원의 개방감이 좋았다. 공원을 오른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으면 다른 입구를 통해 돌계단을 밟고 들어오면 된다. 이곳도 삼일공원처럼 두 군데로 단을 이룬다. 돌계단 두 군데를 밟고 도착한 곳은 아랫단 공원이다. 사각 모양의 넓은 터에 왼쪽에는 파고라와 운동기구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 된 것처럼 파고라 주위에는 집에서 가져온 듯한 의자들이 놓여 있다. 주변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돌계단 한 군데를 더 오르면 조합놀이대가 설치된 윗단이다. 삼일공원은 아랫단이 텅 비었고 윗단에 놀이시설이 있었으나 여기는 반대로 구성되어 있다. 위치와 용도가 다르니 또 다른 기분이 든다. 여기 식재된 나무들은 인근 삼일공원보다 크거나 많지 않다. 이곳의 특징은 공원을 아우르는 산책길이 하나로 원을 그리며 만난다는 거다. 아랫단 공원길을 밟고 한 바퀴 돌면 처음 출발한 곳과 만난다. 길 잃을 일이 한 번도 생기지 않을 곳임이 증명된다. 울릉도도 섬 한 바퀴를 돌면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오게 돼 있다니 이곳이 울릉도의 작은 모형도처럼 여겨진다.
윗단에 있는 이팝나무는 지금 한창 꽃잎 자랑하기 바쁘다. 현재 이곳에 핀 꽃은 저 나무밖에 없다. 철쭉이니 영산홍 그런 꽃이 없어 이팝나무 꽃이 단연 돋보인다.
파고라는 위와 아래에 있었는데 위쪽에는 서랍장까지 하나 놓여 있다. 어느 떡집의 상자들도 보인다. 의자도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고 집에서 가져온 것들인 것 같다. 모양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달라 인근 주민들의 마음이 정답게 모여 있는 것 같다.
공원은 도시의 딱딱한 분위기를 눌러주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흙길을 밟을 수 있어 좋다. 조합놀이대 주변에도 처음 시작한 길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원형의 길로 돼 있다. 아랫단과 윗단을 이어주는 360도의 큰 원형의 길도 있고 윗단만 이어주는 360도의 작은 원형의 길도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웃 간에 모두 둥글게 살자는 뜻을 품은 듯하다. 밥 먹고 동네 한 바퀴가 밥 먹고 공원 한 바퀴로 바뀌면서 서로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 같다.
큰 도로로 나갈 때는 지름길인 이곳을 거쳐서 가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마침 공원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버스 타러 갈 때는 주로 이곳을 통해서 간다고 한다. 휴식을 취하는 곳이든 어디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이든 이곳을 자주 오간다는 것은 공원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다.
서동은 지역 이름을 나타내는 말이어서 서동 왕자와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동 왕자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하나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동공원에 대한 희망 노래를 미리 불러본다.
박서정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