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90)
동무들을 먼저 보내놓고 천동은 옥화를 따라서 대추나무 한 그루가 마당에 있는 그녀의 집으로 갔다. 그녀가 사는 초가집은 비록 초라했지만 정갈하고 모든 것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집주인의 성품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옥화는 마당에서 부모님을 불렀다.
“아버지, 어머니, 저 왔어요. 잠시만 나와 보세요.”
잠시 후에 옥화의 부모님이 마루로 나오다가 낯선 사내를 발견하고 물었다.
“네 옆에 있는 도령은 누구시냐?”
“자세한 것은 방에 들어가서 말씀 드릴게요. 오라버니, 인사드리세요. 저의 부모님이십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송내마을에 사는 양가 천동이라고 하옵니다.”
“양가 천동이라고 하시면 혹시 면천법에 의해서 속량되고 관직까지 제수 받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송내의 봉사 나리가 맞으십니까?”
옥화 모는 활짝 웃는 얼굴로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대충은 맞는 거 같습니다.”
“이제 양반이 되셨고 신분이 달라지셨는데 저희 같은 양민과 정말로 혼례를 할 생각입니까?”
천동은 다소 경망스럽지만 시원시원한 옥화 모의 성격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네, 안 그러면 제가 왜 아버님,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러 왔겠습니까?”
“근래에 제법 땅도 많이 사셨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것도 맞습니까?”
“과장된 소문이기는 하지만 맞는 거 같습니다.”
“그러시면 제 딸아이는 첩실로 맞으실 겁니까?”
금쪽같은 자신의 딸에게 첩실 운운하는 옥화 모의 말에 천동은 어이가 없었다.
“옥화같이 예쁜 처자를 첩실로 맞다니요? 당연히 정실부인입니다. 저는 아직 미장가인 순수 총각입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원하던 대답을 들은 그녀는 연신 웃음을 흘리며 두 사람을 방으로 이끌었다.
“어서 들어오시지요. 옥화 너도 들어오고.”
“네.”
천동은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큰절을 올렸다. 절을 받고 난 옥화의 부친이 다시 물었다.
“그래, 어찌된 영문인지 말씀 좀 해 보시죠?”
천동은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서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옥화의 부모님은 고개를 끄떡이며 딸아이를 나무랐다.
“생명의 은인에게 혼인을 해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다. 물론 낯선 남자에게 가슴을 보였다면 정절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만, 그래도 그건 예가 아니다. 봉사 나리는 이 아이에게 신경 쓰지 마시고 천천히 생각해 보시지요. 혼인은 인륜지대사인데 그렇게 갑자기 결정하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