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산업현장에서 찾은 반전의 미학

2025-12-04     차형석 기자

울산의 대표적 산업사진작가인 조춘만(사진)의 30여년 사진작업을 재조명하는 전시회가 7일부터 31일까지 중구 성안동 태화복합문화공간 만디 1~2전시실에서 개최된다.

‘강철’과 ‘기계’를 중심으로 물질과 구조, 풍경과 시간을 탐색해온 조춘만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의 30여년 사진작업 일대기를 ‘생성-해체-환원의 미학’이라는 3개의 주제로 재배열해 40여점의 작품으로 펼쳐 보인다.

조춘만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생성과 작동, 해체와 환원, 그 변환의 순간을 포착해왔다”며 “이번 전시회는 인간이 구축한 기술 구조의 근원과 그 환원의 미학에 대한 시각적 진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시절을 용접공으로 보낸 덕에 강철과 기계에 관한 본능적 통찰력을 가진 그의 사진은 제조업이 다만 거칠거나 삭막하기만 한 공업이 아니라, 기계와 인간의 만남이 빚어낸 고도의 기술력을 드러내면서 새로운 차원의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1부 생성은 배 건조과정, 석유시추선의 제작 과정 등을 압도적 스케일의 대형 사진(112×165㎝)으로 소개한다. 직선과 곡선을 반복하면서 특유의 웅장하고 단단한, 그러면서 섬세하기 그지없는 구조를 온전히 드러내는 강철과 기계에 대한 그의 해석이 돋보인다.

2부 해체는 휴대전화기, 컴퓨터, 운동기구 등 그가 사용하던 가전제품과 기계들을 해부해 작은 나사못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평면 위에 늘어놓았다. 아무 기능도 없는 듯한 작은 부속품들이지만 이상하게도 금세 하나로 뭉쳐 생명체로 되살아날 것만 같은 느낌을 주며 기계의 근원이 무엇인지 묻는다.

3부 환원에서는 오랜 기간 방치된 거대한 공장이 다시 자연으로 환원되고 있는 독일 폴클링겐제철소(Volklingen Ironworks)의 모습은 담았다. 부식된 철, 분해된 기계 부품, 기능을 잃은 구조물들이 아무렇게나 자라난 나무와 어우러져 자연풍경이 돼버린 모습에서 그는 기술과 인간, 물질과 시간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발견했다.

기계비평가 이영준 계원디자인예술대 교수는 “조춘만 작가는 소비산업의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상품의 포장막에 가려있는 생산의 현장이 가지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면서 “그것은 구조미, 기능미, 철의 독특한 질감미, 일상을 초월한 스케일과 구조에서 오는 아름다움, 또는 삭막미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라고 평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