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판매장 낭만브로이 예산만 날렸다

2025-12-04     권지혜 기자
울산 중구 젊음의 거리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21년 8월 문을 연 수제맥주 판매장 ‘낭만브로이’의 운영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예산 낭비 논란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구 소유 건물인 낭만브로이가 3년간 불법 전전대 됐지만 올해 8월에야 해당 사실을 인지해 직무 유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3일 찾은 중구 성남동 수제맥주 판매장 낭만브로이. 수제맥주 판매장임에도 수제맥주는 보이지 않고, 대신 일반 맥주와 병맥주가 판매되고 있었다. 가게 한쪽에 있는 수제맥주 양조장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수제맥주 양조설비와 수제맥주 숙성 기기들이 방치돼 있었다.

낭만브로이 운영자 A씨는 “수제맥주를 제조하기 위해 들인 기기들은 제조 허가를 받지 못해 방치되다 고철덩어리로 전락했다. 중구에서 수제맥주를 공급해준다고 했지만 지난 1년간 공급받지 못해 일반맥주와 병맥주를 판매했다”며 “가게 이름은 수제맥주 판매점인데 수제맥주가 없다 보니 찾아온 손님들이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중구는 2020~2021년 젊음의거리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으로 구비 2억3200만원 등 총 9억3000만원을 투입해 낭만브로이를 운영했다.

처음에는 수제맥주를 제조해 판매하려고 했지만 국세청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중구는 자체 개발한 맥주의 레시피를 활용해, 다른 양조장에서 제조한 뒤 낭만브로이에서 판매했다. 그러다 수제맥주를 공급하던 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수제맥주 판매 자체가 중단됐다.

이에 예산을 들여 수제맥주 제조 기기를 확보했지만, 기기를 사실상 방치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더해 중구는 낭만브로이 운영을 맡긴 낭만보리협동조합이 3년간 사업장을 불법 전전대 했음에도 올해 8월 전까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낭만보리협동조합은 현 운영자와 계약하기 전 2년간 다른 운영자에게 운영을 맡겼다.

A씨는 “계약 당시 불법 전전대 여부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불법 전전대가 알려지고 중구가 계약 만료 시점인 9일까지 비워달라고 하더라”며 “젊음의 거리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곳인데 정작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 운영자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낭만브로이는 12월10일부터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다.

이에 대해 낭만보리협동조합 이사장은 “중구에서 아카데미 공방 운영을 먼저 제안했다. 이에 교육을 위해 수제맥주 제조 기기를 구매했는데 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현 운영자가 낭만보리협동조합의 조합원이기에 운영을 맡겨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중구 관계자는 “중구는 낭만보리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것으로 승인했다”며 “개인에게 재임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전전대다. 사실을 안 이상 현 운영자가 계속 운영하는 것은 안된다”고 밝혔다.

글·사진=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