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제주 문화 탐방에서 엿본 ‘글로벌 생태관광도시 울산’ 가능성
지난 7월 ‘반구천의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됐을 때, 문득 2007년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우리나라 대표 생태관광지역을 5곳이나 보유한 제주도를 다시 한 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세계유산마을이면서 울산과 함께 2013년에 대표 생태관광지역 12선에 선정된 선흘리 마을을 2018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찾게 됐다.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된 동백동산이 있는 곳은 선흘2리이고, 거문오름과 세계유산센터가 있는 곳은 선흘1리이지만, 합쳐서 선흘리이기에 세계유산마을이면서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된 것이라는 점을 이번 방문에서 알게 됐다.
2박3일 일정 중 첫째 날에 선흘리 동백산습센터의 센터장을 만나 어떻게 세계유산마을이면서 생태관광지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결과, 세계유산마을로 먼저 선정된 것을 바탕으로 동백동산의 다양한 생태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협심해 생태관광지역이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2014년에는 전교생이 20명까지 줄어들어 이 마을의 유일한 학교인 선흘 분교장이 폐교 위기에 몰렸다고 하며, 이에 사회적 협동조합 선흘곳을 중심으로 동백동산을 기반으로 한 건강생태학교로 특화시키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했다. 여러 번의 회의와 워크숍을 거쳐 모든 학년의 초등학생이 참여 가능한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한 결과, 2025년 현재 전교생이 120명 이상이 돼 본교로 승격되었다는 자랑을 듣고 대단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프로그램은 초기에는 방과 후 수업 중심이었으나, 현재는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해, 학년별로 계절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이 수업에 참여하는 선흘리 마을해설사들은 초기에는 자원봉사 방식이었으나, 현재는 학교에서 일부 강사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돼 자긍심이 늘었다는 점을 현직 해설사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이와 별개로 ‘뽕끄랭이(제주 방언으로 ‘배부르게’라는 뜻)’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미리 섭외한 어르신들 집에 찾아가 20~40명 정도의 아이들이 어르신과 함께 지역 농산물로 요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지역 농가 체험도 병행하고, 어르신들 밭에 가서 농산물도 수확해 이를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체험이다 보니, 어르신들에게는 소일거리와 보람을, 아이들에게는 로컬푸드에 대한 소중함과 마을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아울러 생태관광자원이 잘 보전되다 보니, 선흘리 마을과는 별도로 여행사 주관으로 새 소리를 듣는 체험 프로그램이 새 소리 전문가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둘째 날 방문한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는 호근마을에서 준비한 ‘차롱밥상’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그 마을 출신 숲해설사의 해설로 진행됐는데, “제주에서는 제주 방언을 지키기 위해 초등학교에서 정규교과로 방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라는 인사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렇게까지 제주의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제주에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날 거문오름을 방문하기 위해 들린 세계유산센터 해설사 역시 선흘리 출신이었고, “울산도 우리나라에서 17번째로 세계유산을 보유한 도시가 됐으니, 이제는 산업도시가 아니라 제주와 같은 세계유산도시”라는 말을 듣는 순간 울산에 대한 이미지 변화를 느끼면서 엄청난 자긍심이 생기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 APEC 기간이어서 제주공항에 다른 날보다 1시간 일찍 가야 하는 일정으로 인해 거문오름을 1시간 코스밖에 이용하지 못했지만, 해설 덕분에 다양한 유형의 오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다음 기회가 되면 거문오름 4시간 코스를 반드시 도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뒤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나름대로 최고의 배움을 만난 기회여서 무척 기분 좋게 돌아올 수 있었다.
제주도와 같이 울산에서도 반구천의 암각화를 필두로 해 간절곶, 대왕암공원, 영남알프스, 태화강생태관광지역, 태화강국가정원, 국제정원박람회 등 울산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자랑거리들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 글로벌 관광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앞서 제주의 선흘초등학교 사례처럼 반구천의 암각화와 울산의 생태관광자원 탐방을 학교 정규교육 프로그램으로 편성해, 어릴 때부터 울산의 역사·문화교실과 기후 위기에 대응한 생태환경교실을 운영한다면 울산의 학생들에게 자긍심과 더불어 환경지킴이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그들이 주인공이 될 시기에는 울산이 글로벌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유영준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