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내란전담재판부설치법·법왜곡죄에 대하여

2025-12-08     경상일보

지난 3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지난 5일에 있었던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충분한 공론화과정을 거친 후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필자의 경우 지난 경상시론에서 위 문제를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다시 한 번 더 추가 언급을 하고자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내란·외환죄 등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에 설치하고, 위 사건 관련 영장을 전담할 법관을 따로 두되, 전담재판부를 구성할 판사 및 영장전담판사는 대법원에 설치된 전담재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는 2배수의 후보자 중에서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후보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각급법원의 판사회의가 추천하는 각 3명씩 총 9명으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란·외환죄의 경우 구속기간을 더 길게 하고, 재판시한도 짧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논란은 사법권에 속하지 않는 헌법재판소의 사무처장이나 행정권에 속하는 법무부장관이 판사의 인사에 개입하도록 함으로써, 우리 헌법의 삼권 분립의 원칙이나 사법권 독립의 원칙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점이다. 그리하여 조국혁신당의 주장처럼, 위 법률이 만들어지면, 위헌논쟁이 다시 벌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란 관련 사건의 재판은 그 만큼 다시 지연이 불가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재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법원의 기존의 형사재판부가 사건을 배당받아 재판을 하고 있고, 기존의 영장전담판사가 영장심리를 하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특별한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재판진행이 느린 것이나 일부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형사사건은 피고인이 관련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부동의 하는 한, 관련자를 법정증인으로 부를 수밖에 없고, 내란사건은 관련자가 매우 많기 때문에, 판결까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전담재판부가 설치돼 재판을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빨리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구속영장의 경우, 원래부터 불구속이 원칙이고, 나름대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측면에서 기각된 것이기 때문에,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거기에다가 판결이 선고되면 사건이 종결되고 분란이 없어져야 하는데, 다수당인 민주당이 야당의 동의 없이 만든 위 법률로 만들어진 내란전담재판부가 판결을 선고하면, 다시 판결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서 분란이 종결될 것 같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내란 사건에 대해 법원이 기존의 원칙대로 재판을 하는 것을 차분히 지켜보면서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법왜곡죄는 판사나 검사 등이 피의자, 피고인을 처벌하거나 처벌받지 않게 하거나 가볍게 처벌할 목적으로, 범죄혐의를 발견하고도 수사를 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이 인정됨에도 기소를 하지 아니하거나, 피의자·피고인의 유리·불리를 불문하고 증거를 은닉·불제출·조작하거나, 증거해석·사실인정·법률적용을 왜곡하거나 그 정을 알면서 묵인한 경우 형사처벌하자는 것이고, 그런 조항을 형법에 신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선 위 조항에는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용어나 개념이 너무 많이 사용됐다. 다의적인 개념을 가진 문구로 형벌법규를 만드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그리고 법왜곡죄가 신설되면, 수사나 형사재판에 불만을 가진 당사자가 수사기관 혹은 담당판사를 고소·고발하는 일이 빈발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악랄한 가해자에 대한 수사기관 혹은 담당판사의 엄중한 법집행을 위축시킬 것이고, 그것이 선량한 국민들의 피해로 연결될 수가 있다.

이미 수사기관이나 판사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는 직무유기죄, 직권남용죄와 같은 형벌법규가 준비돼 있고, 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인정되고 있다. 굳이 법왜곡죄라고 하는 것을 추가로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