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라지는 농촌, 남겨진 논밭…태양광 갈등의 깊은 뿌리

2025-12-09     신동섭 기자

최근 두동·두서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시설 규제를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며 논란을 겪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조례 제정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급격한 농촌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한다. 태양광 갈등은 결국 사람이 사라진 농촌에서 버려질 논밭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20일 두동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는 태양광 시설을 둘러싼 주민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귀농해 자연을 가까이 두고 생활하는 주민들은 개발로 이어질 태양광 설치에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 머지 않은 미래에 노동력 부족 등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 태양광 유치가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대안’이라는 이들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견은 행정 절차에서도 드러났다. 주민들은 설치 과정에서 설명회와 동의 절차가 일관되지 않게 안내되고 있다며 혼란을 호소했다. 소규모 발전시설로 나눠 신청하는 ‘쪼개기’ 문제, 영농형 태양광의 예외 규정 필요성 등 논의해야 할 쟁점도 적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은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적용 과정에서 공동체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하지만 태양광 논란의 근본 원인은 이보다 더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두동·두서뿐 아니라 전국 농촌에서 공통 나타나는 ‘사람의 부재’가 문제의 중심에 있다. 농업을 잇겠다는 젊은 세대는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고령의 농민들은 더 이상 경작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결국 버려진 농지는 늘어만 가고 있다.

주민들이 태양광을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업 외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태양광은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해 주는 몇 안 되는 출구이기 때문이다.

농촌의 인구 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태양광 갈등은 형태만 바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조례로 이격거리를 늘리면 일부 지역에 시설이 몰리고, 규제를 완화하면 난개발 문제가 불거진다.

버려질 농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문제를 더 이상 도외시해선 안 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 농업의 미래와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태양광은 그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대안 중 하나일 뿐,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두동·두서 주민들이 보여준 갈등은 농촌이 처한 현실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다. 갈등을 줄이려면 특정 지역의 이해를 넘어 전체 농촌의 인구·경지 구조를 건드리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사라져가는 농촌을 어떻게 지킬지 모두가 답을 찾아야 한다.

신동섭 사회문화부 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