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공부머리, 일머리가 아닌 ‘AI 머리’가 필요한 시대

2025-12-11     경상일보

생성형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이 일상화되면서 학교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AI 커닝’ 문제다. 온라인 시험이나 과제를 AI로 대리 작성하는 사례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부정행위로만 규정한다면, 우리가 마주한 더 큰 변화를 놓치게 된다. 지금의 핵심은 AI 활용 능력이 새 시대의 필수 역량이 됐고, 그 차이가 새로운 격차를 만든다는 점이다.

이제 질문은 “써도 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쓰게 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AI 리터러시(AI를 이해·활용·검증할 수 있는 능력) 차이가 새로운 학력 격차의 기준임을 알 수 있다. AI를 능숙하게 쓰는 학생은 과제의 속도·질, 정보 탐색, 글쓰기 등에서 확실한 우위를 갖는다. 반면 익숙하지 않은 학생은 같은 과제를 두세 배의 시간 들여 수행해야 한다. AI 사용 역량의 차이가 시간 빈곤으로 이어진다.

이 격차는 대학보다 초·중·고에서 더 이른 시기부터 벌어지고 있다. 학교 내 디지털 환경은 물론 가정 배경도 격차를 키운다.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과 디지털 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학생들은 AI 도구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일상적으로 활용한다. 반면 접근이 제한된 가정에서는 AI 자체를 경험하기 어렵다. 그 결과 초·중·고 단계에서부터 이미 “AI를 쓰는 학생”과 “AI를 모르는 학생”으로 갈라지기 시작한다.

이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된다. AI를 잘 다루는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경험이 자산으로 축적되고, AI 역시 학습 내용이 메모리화(이전 대화 맥락이나 사용자의 선호를 축적해 반영하는 기능)되며 더 빠르고 정확한 맞춤형 답을 제공한다. 이는 곧 대학에서는 학업 성취도의 차이로, 사회에서는 직업 능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반면 AI를 접하지 못한 학생들은 스스로 뒤처진다는 감각을 더 크게 느끼며, 교육 격차가 사회·경제적 격차로 전환되는 속도는 과거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

AI 시대의 교육은 AI를 두려워하는 방식으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AI 역량 격차를 방치한다면 그것은 경제·문화·기회를 넘어 결국 ‘삶 전체의 격차’로 돌아올 것이다.

울산이 미래세대를 위해 집중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AI를 무조건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교육이 아니라, AI를 이해하고, 검증하고, 윤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모든 학생이 AI 시대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울산이 지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교육 투자다.

지금이 바로 AI 리터러시 교육과 복지적 개입을 시작해야 할 순간이다. 지금, 바로!

김민경 삶과그린연구소장 사회복지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