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AI 수도’ 울산, 이제는 실행력으로 증명할 때다

2025-12-15     경상일보

울산시민들이 2025년 한 해 울산시정을 가장 빛나게 한 사업으로 ‘7조원대 SK·AWS 울산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꼽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인프라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유치를 통해 울산이 ‘대한민국 AI 수도’로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자동차와 조선 정유·화학 중심의 전통 제조업 도시 울산이 데이터와 기술 중심의 미래형 도시로 나아가는 결정적 계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지난 6월 SK·AWS의 7조원 규모 AI 전용 데이터센터 유치는 울산이 AI 기반 산업 대전환의 중심에 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 울산은 이를 계기로 ‘AI 수도’ 도약을 선언하고, AI 인프라 구축과 지역 산업 혁신, 인재 양성 등 첨단 산업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내년 울산미포산업단지 석유·화학 산업을 대상으로 AX(인공지능 전환) 실증 사업이 진행된다. 국비·시비·민자 290억원이 투입돼 AI·자율제조 기술을 확산하고, 제조데이터 기반 버티컬 AI를 활용한 예지보전과 공정 최적화 모델을 구축한다. 그 성과가 중소·중견기업으로 확산되면 지역 제조업 경쟁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AI 특화 인재 양성 체계도 마련된다. 과기정통부는 2027년 UNIST 등 과학기술원에 AI 단과대학을 설립해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UNIST에는 조선·해양 산업 특화 AX 교육과정이 도입돼, 주력 산업의 AI 경쟁력을 지원하는 핵심 인재 양성 기관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주력산업 가운데 가장 많은 고용을 책임지는 자동차 산업의 AI 전환 전략과 인재 양성 방안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산업 AX는 화학업종에, 인재 양성은 조선·해양 분야에 편중돼 있고, 자동차·에너지 산업을 아우르는 종합적 로드맵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AI는 특정 산업에 머무르기보다 제조·물류·에너지 등 전 산업으로 확산될 때 울산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과 신산업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선언과 비전만으로는 ‘AI 수도’가 될 수 없다. 정부의 ‘인공지능 고속도로’ 전략에 발맞춰 제조 인공지능 특화 인프라 확충에도 지역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울산에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닌 실행력이다.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균형 있는 AI 전략과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통해 울산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AI 수도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