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7장 / 정유재란과 이중첩자 요시라 (96)
그래서 그가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이번 공작이다. 따라서 이번 공작을 반드시 성공해서 가능한 한 적은 희생으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고 그는 다짐했다.
인간사회에서 전쟁만큼 잔인한 것은 없다. 일반적으로 살인은 특정 대상을 목표로 하지만, 전쟁은 불특정 다수의 대량살상을 불러 온다. 전투에 동원되는 병사들보다 민간인들이 더 많이 죽는 것이 바로 전쟁인 것이다. 더불어서 전쟁은 약탈, 방화, 강간 등의 파괴적 행위에 익숙해지게 하여 인륜과 도덕, 문화, 문명까지도 무차별적으로 파괴한다. 그런 전쟁을 자신이 앞장서서 해왔고, 관백을 부추겨 또 다른 전쟁을 도모하고 있다. 자신의 내부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은 누구일까? 고니시는 이 모든 것이 저녁노을 때문에 생겨난 일시적인 감정놀음이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어둑어둑할 무렵에 고니시가 탄 함선이 대마도에 도착했다. 선착장에는 그의 사위이자 대마도주인 종의지를 비롯한 그곳의 유력인사들이 죄다 나와서 고니시를 영접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그는 연회를 내일로 미루고 미리 준비된 곳으로 갔다. 그곳은 조선통신사들이 교토로 들어가기 전에 머물다 가던 곳이었다. 대마도주는 그곳을 중심으로 오백 보 내에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못하게 곳곳에 병력을 배치했다. 철통 같은 보안 속에서 안내된 곳에는 일남일녀가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큰절로 그를 맞았다.
“주군을 뵈옵니다.”
“주군을 뵈옵니다.”
“그동안 참 잘해주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중요한 일이 있어서 너희들을 불렀다.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이곳 근처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해 놓았다. 이제부터 너희들이 할 일에 대해서 설명할 것이니 머릿속에 넣고 잊지 말아야 한다. 너희들이 참고할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일본어가 아닌 신라의 이두로 적었다. 현재 조선에서는 이두문자를 해독할 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분실을 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만사는 불여튼튼이라고 했다. 조심해라.”
“네, 주군.”
고니시는 두 사람에게 조선에 들어가서 할 공작의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이두문자로 된 지령문을 건네주었다.
“요시라와 하나코, 나는 너희들을 믿는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주군.”
요시라와 하나코는 미리 정해진 각자의 방으로 갔다. 요시라는 자신이 묵을 방으로 갔으나 쉽게 잠을 자지 못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밀명을 수행했지만 이번 건은 그 중요성에서 과거의 일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강화협상에서 주군인 고니시가 한 실수를 만회하려면 당연히 이번 공작을 성공해야 한다.
조선에서 살다시피 한 게 8년이 되어가다 보니 요시라(세평)는 조선이란 나라에 대한 남다른 애증이 생겼다. 천동과의 관계는 좀 애매하다.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