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동결압박 완화 사립대 재정난 숨통
교육부가 사립대학의 등록금 동결 장치였던 국가장학금Ⅱ유형(대학연계지원형)을 오는 2027년부터 폐지하기로 하면서 만성 재정난을 겪어온 지역 대학들의 재정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에서 등록금 법정 상한 외 부수적인 규제 폐지 등 규제 합리화 계획을 밝혔다. 사립대학 재정 여건 악화 및 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을 고려한 조치다.
앞서 교육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학 등록금 동결을 압박했다. 특히 2012년부터는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한 대학에 국가장학금Ⅱ유형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상한 범위 내에서라도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을 즉시 끊어 사실상 대학들의 손발을 묶었다.
등록금이 십수 년 가까이 동결되면서 지역 대학의 재정적 압박은 해마다 가중됐다. 정부 방침에 따라 등록금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물가는 오를대로 올랐고, 인건비도 눈에 띄게 인상됐다. 대학들은 노후 시설 개·보수, 우수 인재 채용 등에 적극 나서지 못하면서 속앓이를 했다.
무엇보다 지역 대학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등록금 동결만 유도하는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다. 지역 대학가 관계자는 “가뜩이나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존폐 위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지방대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등록금 동결만 유도하고 있어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학들은 결국 올해 등록금을 잇달아 올렸다. 교육부가 울산을 비롯한 전국 대학에 등록금 동결 요청 서한문을 보냈음에도 재정 압박을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극심한 재정난 앞에서 국가장학금Ⅱ유형 정책의 실효성도 사실상 한계에 이르렀다는 풀이도 나왔다.
실제 울산대학교는 올해 등록금을 4.99% 올렸다. 2008년 이후 17년 만이다. 울산과학대학교·춘해보건대학교도 대학 재정 안정화를 위해 등록금을 5% 인상했다. 두 대학 모두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했다. UNIST 역시 캠퍼스 환경 유지보수 비용을 충당하고자 올해 등록금을 5.49% 인상했다.
한편 국가장학금Ⅱ유형이 폐지돼도 등록금 인상 폭은 그대로 제한된다. 대학 등록금 인상 상한은 직전 3개년도 평균 물가상승률의 1.2배를 넘을 수 없다. 내년 등록금 인상 폭은 올해 물가상승률까지 반영해 이달 중 공고한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