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식 달라도 온정은 여전…울산 ‘김장 나눔’ 이어져
2025-12-15 주하연 기자
지난 12일 김치 냄새가 가득한 울주군 두서면 두서초등학교 체육관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떠들썩했다. 이날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울주군협의회는 두서초 학생들과 함께 김장 나눔 행사를 열었다.
적십자봉사원 20명과 두서초 학생, 학부모는 함께 앞치마를 두르고 아이들이 9월부터 학교 텃밭에서 직접 키운 배추 400포기에 양념을 버무리며 손을 맞췄다. 서툰 손길이었지만 서로 도우며 한 포기 한 포기 완성해 나가는 모습에서 현장은 자연스레 배움의 공간이 됐다. 이날 담근 김치는 울주군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지역 내 아동·청소년 가정에 전달됐다.
김장 나눔에 참여한 한 학생은 “내가 만든 김치가 필요한 분들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며 “우리 동네가 서로 돕는 곳이라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직접 김장을 담그는 전통적인 나눔 행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기업체와 기관의 김장 행사는 효율과 위생을 중시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주) 울산공장은 지난 11일 울산문수야구장에서 ‘2025 사랑 담고 정(情)을 나누는 김장’ 전달식을 열고 3000만원 상당의 김장 4300㎏을 사회복지시설·기관 70곳에 전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력 부담과 위생 문제 등을 고려해 직접 김장하기보다는 완제품을 구입해 비대면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배분하는 방식을 정착시켰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물량을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어 현장 부담을 크게 줄였다는 평가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도 지난달 26일 동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2025년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를 열고 김장 6000상자, 총 3만㎏을 지역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지난 2020년부터 더 많은 가정에 김장을 지원하기 위해 완제품 김치를 구매해 나누는 방식을 이어오고 있는데, 직접 담그는 손맛은 줄었지만 지원 규모와 안정성은 오히려 확대됐다.
지역 복지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반응이다.
관내 한 복지관 관계자는 “요즘은 가정에서도 김장을 하지 않는 추세다 보니 시간과 일손을 아끼는 완제품 기부가 늘고 있다”며 “직접 담그는 김장은 정성과 교육적 의미가 크고, 완제품 나눔은 효율과 안정성이 장점이다. 김장하는 손길은 줄었지만 이웃을 향한 나눔의 온도는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