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머무는 찰나의 빛을 포착하다

2025-12-18     차형석 기자
한 해를 갈무리 하는 연말 이 시기에 일상속에서 스쳐 지나가지만 마음속에 머무는 찰나의 빛을 포착한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기획전시가 이달 23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울주군 두동면 뮤즈세움 갤러리에서 마련된다.

‘빛의 순간들’이라는 타이틀의 이번 전시는 뮤즈세움 갤러리의 2026년 달력 프로젝트와 연계해 기획됐다. 2025년 12월과 2026년 12개월을 대표하는 작가 13인을 선정해 각 작가의 신작과 소장품을 포함한 회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참여작가들은 김경한, 김산, 박길주, 이헌, 전희경, 정성윤, 조현선, 주한경, 임지민, 최영욱, 최울가, 최은혜, 홍형표이다. 이들은 각자의 고유한 조형 언어로 빛과 시간, 일상의 순간을 화폭에 담아냈다.

김경한은 일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마주한 예상치 못한 대상과 장면을 그린다. 그의 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몸으로 그린 표현’은 물감과 캔버스, 작가가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불규칙하고 혼돈스러운 살아 있는 형체들이다.

김산은 ‘백록(白鹿)’ 연작을 통해 한라산에 살았던 신성한 흰 사슴을 표현한다. 제주의 장수와 평화를 상징하는 백록을 사실적 묘사와 대기 원근법으로 담아내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한다. 전희경은 산, 바위, 물, 파도, 안개 등 항상 같은 형상을 지니지 않는 대상들의 내재적 원칙을 탐구한다. 구체적 묘사나 원근을 배제하고 붓질의 속도와 물감의 물성, 터치의 레이어로 지시성 없는 열린 풍경을 제시한다.

이헌은 바람에 일렁이는 풀, 얇고 예리한 단풍잎, 유영하듯 흐르는 구름 등 중량감은 낮지만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대상을 그린다. 그의 풍경은 지리적 현실에서 분리된 듯한 은밀하고 성스러운 비현실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주한경은 들풀과 잡초, 개울가 식물들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붓을 직접 제작해 던지고 흘리고 긋는 제스처를 통해 회화를 전개하며, 대상의 재현이 아닌 마주한 순간의 감각을 포착하는 회화적 사건이자 생성의 과정을 보여준다.

정성윤은 일상의 소란함을 덜어내고 정제된 색채와 형태로 새로운 의미의 세계를 구축한다. 현실의 화려함은 담백한 정서로 정리되고, 형상은 붓질의 흔적으로 표현돼 정신적 여백과 회복의 순간을 제공한다. 최은혜는 시간과 공간을 축으로 경험과 기억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탐구하며, 일상에서 수집한 순간들을 다층적인 색과 형태의 레이어로 재구성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안한다.

이 밖에도 청년부터 중견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 작품이 수록된 2026년 달력은 갤러리 굿즈로도 제작돼 관람객이 일상 속에서도 작품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했다.

관람 시간은 화~토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다. 일·월요일은 휴무. 문의 0507·1432·5321.

차형석기자 steveche@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