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 제련소 글로벌 전진기지 삼는다
2025-12-18 서정혜 기자
고려아연은 신설 미국 제련소를 기존 비철금속 제련과 자원순환 사업을 연계하는 글로벌 전진 기지로 삼는다고 17일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인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쌓은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 정부의 투자와 보조금 지급, 정책 지원 등으로 미래 성장성도 높인다는 구상이다.
우선 미국 제련소가 본격 가동하면 고려아연이 이미 운영하고 있는 미국 현지 자원순환 사업 거점 ‘페달포인트’(Pedalpoint)와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원료 조달부터 제련, 판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확장해 북미 시장 입지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는 PCB 스크랩, 유휴 IT 자산 등 전자폐기물 처리 사업을 하면서 이차원료를 조달하는 사업도 확대했다. 은과 동을 함유한 태양광 폐패널·웨이퍼, 연, 니켈 등을 포함한 폐배터리를 수급하면서, 비철금속 트레이딩 자회사 캐터맨(Kataman)을 통해 다양한 동 스크랩 원료를 확보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페달포인트는 태양광 폐패널, 폐납축전지 처리 물량을 확대할 예정인데, 향후 미국 제련소의 연·은·동·안티모니 생산을 위한 공급망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은 미국을 대규모 광물사업을 위한 전략 생산거점으로 삼고 천연자원이 풍부한 북미·남미를 활용해 울산 온산제련소에도 고품질 원료를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고려아연은 미국에서 핵심광물 분야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전기차· 배터리·방산 등 첨단산업 소재의 세계 최대 수요처인 미국 시장을 선점할 발판도 마련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는 자원순환 사업 거점인 페달포인트와 시너지를 발휘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가 공급망 다변화를 선도하는 핵심기업으로 고려아연을 사실상 인정한 만큼 고려아연은 한미 양국의 경제안보, 대한민국의 국익 증진에 기여하는 중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의 신규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에 대미 투자 펀드를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앞으로 구체적인 투자와 관련해 (대미 투자 펀드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 상무부와 논의할 주제다”고 밝혔다.
한국은 지난달 미국과 체결한 ‘대미 투자 관련 양해각서’에 따라 2000억달러 규모의 한미전략투자기금을 조성해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된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인데,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도 투자 대상으로 미국과 협의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