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7장 / 정유재란과 이중첩자 요시라 (99)

2025-12-19     차형석 기자

“대감, 감사합니다. 이 한 목숨 대감께 맡기겠습니다.”

“기왕 차려진 술상이니 술이나 마시세.”

몇 잔의 술이 오간 후에 김응서는 왜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넌지시 요시라에게 물었다.

“요시라, 혹시 요즘 왜의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게 있는가? 아는 대로 말해 보게.”

“그렇지 않아도 뇌물을 써서 첩자를 심어놓았습니다. 수일 내로 연락이 올 것입니다. 며칠만 기다려 주시면 소인이 반드시 대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소식을 전해 올리겠습니다.”

“그래 주겠나? 그리만 된다면 내가 나중에 조정에 품신을 해서 자네의 공을 알리겠네. 공신록에 반드시 자네의 이름이 올라가도록 하겠네.”

“은혜가 백골난망입니다. 대감.”

“기녀를 불러야 하지 않겠나?”

“준비해 둔 아이가 있습니다. 대감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시라의 부름에 대기해 있던 하나코가 김응서에게 절을 올린 후 시중을 들었다. 잠시 후에 요시라는 자리에서 물러났고, 하나코는 온갖 방중술을 동원해서 김응서를 모셨다. 김응서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황홀한 쾌감에 몸을 떨었다. 하룻밤의 노리개로는 너무 아쉬운 기녀였다. 아예 뒷방에 들여앉혀서 오래도록 데리고 살고 싶었다. 이튿날 해가 중천에 뜨고서야 일어난 김응서는 맨정신으로 자신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하나코를 보았다. 눈이 부실 정도로 예쁜 그녀의 모습을 보며 지난밤의 일을 떠올리자 그녀를 다시 안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는 해가 중천에 뜬 벌건 대낮에 다시 한 번 하나코를 안고 방사를 치르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김응서는 그녀를 통해서 비로소 자신이 사내라는 것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녀를 반드시 손에 넣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그를 사로잡았다. 이도 저도 안 되면 요시라의 목숨을 협박해서라도 그녀를 손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녀와 정신없이 이틀을 보내자 요시라가 다시 나타났다.

“대감마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그래, 자네가 이 시간에 웬일인가?”

“대감마님! 이곳은 제가 머무는 곳입니다. 이틀 동안 이곳저곳 바람 좀 쐬다가 이제야 온 것입니다.”

“아, 그런가? 참, 그렇지. 내가 이곳의 객이었군.”

“대감, 하루만 더 있으면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답답하시더라도 하나코가 옆에서 잘 모실 것이오니 하루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이 사람아, 뭐가 그리 급한가? 열흘이라도 기다릴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할 얘기 다 했으면 그만 가봐. 나는 피곤해서 좀 더 자야겠어.”

김응서는 요시라를 내쫓듯이 보내놓고 다시 하나코의 가는 허리를 끌어당겼다.

글 : 지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