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공들인 명덕마을 골목형 상점가 고사 위기

2025-12-19     오상민 기자
울산 동구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명덕마을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이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돌발 변수를 만나 고사 위기에 처했다. 조선업 의존 폐해를 완화하기 위해 재편된 명덕마을 골목형 상점가가 본격적인 도약을 앞두고 운영 동력을 완전히 잃게 돼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동구와 지역 상권에 따르면, 동구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그동안 명덕복합문화광장(D’s PLAY)을 거점으로 추진해 온 지역 밀착형 경제·문화 프로그램들이 당장 내년 1월부터 전면 중단된다. 내년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운영비 3억원이 동구의회에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탁 운영 종료를 앞둔 센터의 신규 수탁자 모집 절차도 취소됐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부분은 소상공인과 주민을 잇던 가교 프로그램이다.

센터는 카페그램, 피카, 그린에딧 등 지역 내 인기 카페 업주들이 직접 강사로 참여하는 브런치 메이드&토크를 통해 상인과 주민의 접점을 넓혀왔다. 6월부터 11월까지 매달 열린 사운드피크닉은 잔디마당을 활용해 외부 유동 인구를 골목상권으로 유인하는 핵심 콘텐츠 역할을 해왔다.

특히 최근 명덕마을이 268곳의 점포를 아우르는 울산 최대 골목형 상점가로 확장 지정되면서 상인들의 기대감이 컸지만, 이번 사태로 상권 재편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여종구 명덕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6년간 주민과 상인들이 땀 흘려 울산 최대 규모의 골목형 상점가를 일궈냈고, 이제 막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예산 삭감은 어려운 경기 속에서 겨우 살아난 골목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치적 논리를 떠나 주민 삶과 직결된 상권 활성화 대안을 즉각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센터 운영이 멈추면 명덕복합문화광장을 활용한 상권 연계 프로그램 20여 개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바로 옆 명덕생활문화센터가 운영을 지속해 일정 수준의 유동 인구는 유지될 수 있지만 대관 위주의 건물로 인구 유입에 한계가 있고, 상권 밀착형 마케팅과 소상공인 지원 설루션을 전담하던 센터의 공백은 메우기 어렵다는 것이 상인들의 판단이다.

당장 몇 주 안에 운영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동구 역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동구는 다양한 운영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 후 추경 예산 편성 전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행정 공백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이는 대규모 상점가 구축을 통해 조선업 의존도를 낮추고 생활형 상권으로 거듭나려던 동구의 경제 지도 개편안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자체가 직영으로 운영전환 등의 대안을 빠른 시일 내놓지 않는다면 대형 상권 초기 정착의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동구 관계자는 “예산이 없다고 건물을 놔두고 있을 수만 없다”며 “상권 활성화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