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폭력 피해 ‘주변에 알린’ 청소년 33%뿐

2025-12-19     이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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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SNS 단체대화방 불법촬영·공유 사건(본보 12월18일자 5면)을 계기로, 학생 간 사이버폭력의 구조적 문제와 대응 한계가 부각되고 있다. AI 기술 발달로 온라인 환경이 급변한 상황에서 예방교육을 넘어선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8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SNS에서 시작됐다. A군 등 남학생 5명은 자신들이 참여 중인 SNS 단체대화방에서 동급생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몰래 찍고 공유했다.

피해 학생들은 가해 학생들과 평소 친하게 어울리거나 얼굴을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학교 학생뿐 아니라 SNS를 통해 연결된 친구의 친구까지 성희롱성 발언 등의 대상이 됐다. 건너건너 알던 인근 고교 여학생의 민감한 부위가 노출된 모습까지 공유된 것으로 알려지며 피해는 일파만파다.

피해 학생들은 다리나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가 드러난 사진이 공유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뒤 상실감과 배신감 등을 호소한다. 한 피해 학생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로부터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사이버폭력 피해 학생 대부분이 분노와 억울함 등을 느끼면서도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이다. 관계 안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2차 가해나 보복에 대한 우려가 크고, 또래 집단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이버폭력 피해를 경험한 청소년 중 이를 교사나 보호자, 외부 기관에 알린 비율은 3명 중 1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찰학회보(24권1호)에 실린 강지현 울산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논문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피해 사실을 주위에 알린 학생은 477명으로 보고율이 32.7%에 불과했다. 경찰이나 상담센터에 신고한 경우는 19명(1.3%)에 그쳤다. 특히 피해자의 신고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가해자와 아는 사이인지 여부’ 등이 포함됐다.

이런 결과를 두고 일부 학부모와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피해 사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 기술 발전으로 이미지 생성과 불법 유포가 쉬워진 상황에서 기존 예방교육만으로는 학생 사이버폭력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적인 문제도 분명하다. 교육당국이 사건 인지 직후 경찰 신고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등 사태 수습과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피해가 발생한 이후 조치인데다 실시간 개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SNS 단체대화방이 범죄의 온상이 되는 문제를 면밀히 점검하고,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부 학생의 사소한 장난이 온라인상에서 불법 행위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사이버폭력을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강지현 교수는 “청소년 또래집단의 또래상담 혹은 정보교환에 대한 연구가 사이버 폭력의 예방과 대응에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