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잡는 환경정책에 소상공인 분통
2025-12-22 신동섭 기자
2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남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그간 설거지와 인력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일회용품으로 대체해왔다”며 “현장은 생존을 위해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상황인데, 정부는 왜 갈수록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지 모르겠다.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될 수 있는 정책 틀이 있어야 장사하는 사람들이 중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울주군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B씨 역시 비슷한 우려를 내놨다. 그는 “이전 정부에서도 플라스틱 컵과 빨대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철회하면서 현장이 큰 혼란을 겪었다”며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회용 컵에 비용을 부과하면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매출 감소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종이컵 사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위생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영업자 C씨는 “요즘 식당가에서는 플라스틱 컵이 대부분 사라졌다”며 “스테인리스 컵조차 세척 후 남은 이물질과 혹시 모를 감염 등의 걱정 때문에 종이컵으로 교체한 곳이 많다. 특히 코로나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배달 수요 대비 증가한 식중독 등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 궁여지책으로 일회용 용기를 많이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장 반응은 한국의 탈 플라스틱 정책이 지난 20여 년간 규제와 완화를 반복해 온 역사와 맞닿아 있다. 지난 1999년 일회용 봉투 무상 제공 금지로 시작된 일회용품 규제는 도입 초기부터 업계 반발과 현장 혼선을 낳았다. 이후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입과 폐지, 규제 품목 확대와 완화가 반복됐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중단과 ‘쓰레기 대란’을 계기로 탈 플라스틱 정책이 본격화됐지만, 코로나19로 배달과 포장 문화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소상공인 부담과 현장 적용성을 이유로 일부 규제가 완화됐다.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규제는 계도 기간이 무기한 연장됐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전국 시행이 중단됐다. 대체재를 준비했던 업체들은 투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했고, 일부 친환경 관련 산업도 타격을 입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탈 플라스틱 정책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매장 내 일회용 빨대를 원칙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 갈 경우 100~200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특히 이번엔 일회용 컵뿐 아니라 종이컵도 무상제공 금지 대상에 포함될 정도로 범위가 넓다.
김창욱 울산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현장에는 이미 탈 플라스틱 정책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히 쌓여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배달 주문이 급증한 상황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갑자기 줄이라고 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상공인이 떠안게 된다. 준비 없이 밀어붙이는 정책은 현장의 혼란만 키울 뿐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탈 플라스틱 종합 대책’ 초안을 오는 23일 발표할 예정이다.
글·사진=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