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첨병 - 울산문화예술인]“우리 전통미술의 아름다움 널리 알리고파”

2025-12-22     차형석 기자
미술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민화는 우리네 정서가 짙게 밴 고유의 대중적인 그림으로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특히 섬세하게 색을 칠하는 것이 필수요소로 꼽히는 민화는 정신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수 년 전부터는 민화 배우기 열풍이 불기도 했다. 울산에서도 여러 민화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최미경(55) 민화작가는 뒤늦게 민화에 입문했음에도 민화 장르에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1년전 부터 초대전 준비…25점 선봬

지난 16일 울주문화예술회관 채움갤러리에서 만난 최미경 민화작가는 전시 개막식 준비를 앞두고 분주했다. 최 작가는 이날부터 27일까지 2025 울주아트 지역작가 초대전 10회 중 마지막 전시인 최미경 초대전 ‘담다’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최 작가는 민화의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일월반도도, 도원문진도, 책가도 등 25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통 민화가 지닌 ‘수복강녕(壽福康寧, 오래 살고 복을 누리며 건강하고 평안함)’의 의미를 오늘의 정서에 맞게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최 작가는 전시회 주제 ‘담다’라는 뜻에 대해 “우선 민화는 말 그대로 자연과 다양한 물상들에 우리네들의 삶과 꿈, 그리고 복을 담았다는 의미가 있다. 또 제 그림 속에 제 삶의 경험과 감정, 그리고 바라는 바를 담았다는 뜻도 있다”며 “그릇에 무언가를 담듯, 빈 화폭에 색과 이야기를 담아 가는 작업 과정 자체를 표현하고 싶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초대전을 1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최 작가는 “전시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작품들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며 ”주제에 맞게 기존 작품들 중 선별한 것들도 있다.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작업했기에 더욱 애정이 가는 전시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중에서도 모란도 10폭(176×470㎝) 병풍의 꽃 그림은 꽃 한 개를 그리는데 1시간 씩 걸릴 만큼 공을 들였다.

최 작가는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크고 작은 작품을 합쳐 100점이 조금 안 되는 것 같다”며 “모든 작품에 애착이 가는데, 그중에서도 꼽아보자면 이번 전시를 위해 최근에 완성한 ‘모란도 10폭 병풍’ 작품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소박하면서 따뜻함 공존 민화 매력

그는 영어 학원을 운영하면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다가 7년전인 4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민화에 입문했다.

최 작가는 “두 자녀를 다 키우고 나서, 큰 딸의 권유로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다”며 “미술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색감이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그저 시간을 보내는 취미 정도로 생각했는데,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며 “수업을 듣고, 연습하고,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이 컸다. 그렇게 몇 년을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작가로 활동하며 여러 수업들도 진행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화의 매력에 대해 “화려한 색감과 상징적인 의미, 그리고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정서가 공존하는 게 민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란은 부귀영화를, 연꽃은 청렴함을, 물고기는 풍요를 상징하는 것처럼 각각의 소재마다 의미가 있어서 그림을 그리면서도 배우는 재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최 작가는 향후 작가로서 계획에 대해 “민화작가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전통 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 특히 저처럼 늦은 나이에 시작해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는 개인전도 정기적으로 열고, 민화 교육에도 더 힘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미경 작가는 울주군 범서읍을 기반으로 울주올라운드 초대전, 글로컬 아트마켓, 울산국제아트페어 등에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울산미술대전 우수상, 한서미술대전 민화부문 대상, 대한민국미술대상전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울산대 평생교육원 등 지역 교육기관에서 민화를 지도하고 있다.

글·사진=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