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울산형 청년 복지’의 미래를 그리며

2025-12-22     경상일보

지난 1년 4개월, 울산광역시 청년미래센터는 ‘가족돌봄’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청년들과 ‘고립·은둔’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갇힌 청년들을 만났다.

2024년 8월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 여정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개인의 영역으로 치부했던 청년들의 아픔을 공공의 책임으로 끌어올리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효심이라는 굴레를 넘어 사회적 돌봄으로 그간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은 ‘효자·효녀’라는 칭찬 뒤에 가려져 정작 자신의 미래를 저당 잡힌 채 살아왔다.

센터는 이들을 단순한 보호자가 아닌 ‘국가 지원이 절실한 정책 대상’으로 공식화했다. 자기돌봄비 지원과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통해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계획할 여유’를 되찾아준 것은 돌봄의 주체를 개인에서 지역사회로 전환하는 중요한 마중물이 됐다.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세상은 여전히 두려운 곳이다. 센터는 수치상의 성과보다 ‘관계 중심 접근’에 집중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취업 정보가 아니라, 실패해도 괜찮은 ‘완충지대’와 서서히 세상으로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중간 단계’의 일경험이다. 변화는 단 한 번의 결단이 아니라, 사회가 안전하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작됨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지역사회의 연대가 빚어낸 500일의 기적, 이 모든 과정은 울산시 청년미래센터만의 노력으로 가능했던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울산시를 비롯해 교육기관, 의료기관, 복지시설 등 수많은 유관기관과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 및 협조가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했던 결실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준 지역사회의 연대는 청년들이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다.

시범사업을 넘어, 지속 가능한 울산형 시스템으로 이제 2026년부터 본 사업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우리는 더 본질적인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지난 500일의 경험을 바탕으로 울산만의 견고한 지원 체계를 안착시켜야 한다. 상시 거버넌스를 통해 사각지대 발굴을 정례화하고, 자립까지 연결되는 생애주기별 맞춤 케어를 지속하며, 소외된 청년들을 위한 유연한 지원 모델을 확산해 나갈 것이다.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힘내라”는 격려보다 “혼자가 아니다”라는 확실한 제도적 약속과 사회적 환대다.

울산청년미래센터의 시범사업은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울산의 청년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변함없는 관심과 긴밀한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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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청년미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