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실내 공기 오염

2025-12-22     경상일보

대기 오염을 생각할 때 보통 건물 내부의 공기와는 연관 짓지 않지만, 실내 공기 오염은 실외 공기 오염보다 심각한 위험 요소가 많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은 미국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위험도가 높은 5가지 요인 중 실내 공기 오염을 꼽고 있다. 실내 환경에서는 대기 환경과 달리 물리적, 화학적 및 생물학적으로 매우 다양한 오염 물질이 존재하고 체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대기 환경과 구별돼 취급된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 지은 집이나 리모델링한 집의 경우, 실내 공기질 문제로 30%의 입주자가 고통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새집증후군).

각 실내 공기 오염물의 상대적 위험도는 실내에 머무는 각 개인의 유전학적 특성이나 실내오염물 이외의 다른 위험요소와의 복합적인 상호관계로 인해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많은 화학 물질에 대한 실내에서의 위험성과 허용 기준은 정해진 바 있다. 화학 물질 이외의 다른 실내 오염물에 대해서는 아직 허용 기준을 모르는 것이 많은 실정이다. 여기서 실내 환경이란 단순히 사무실이나 일반 가정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실내 작업장, 공공건물, 병원, 지하 시설물, 상가, 교통수단 등 광범위한 실내 공간을 의미한다.

주요 실내 공기 오염 물질과 그 영향을 보면, 첫째, 무색무취의 기체인 일산화탄소로 인체에서 산소에 비해 헤모글로빈과 더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성질 때문에 농도가 높으면 몇 분 안에 뇌 세포 질식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실내 밀폐도가 높은 겨울철, 가스난로나 조리 기구 사용 시 발생할 수 있으며, 어른보다 일산화탄소에 취약한 어린이는 낮은 농도에 대해서도 조심해야 한다.

둘째, 미세먼지와 담배 연기, 그리고 동물 털, 피부 조각 미립자와 더불어 동물의 타액이나 소변에 포함된 단백질이 건조돼 실내 공기 중으로 확산될 때 문제가 된다. 미국의 경우 미국인의 15%가 고양이나 개에 알레르기 반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셋째로는, 오래 전에 건물 단열재로 사용된 일급 발암 물질로 확인된 석면으로, 학교나 사무실 등 오래된 건물에서 아직도 발견되고 있다. 납도 오래된 건물 벽에 남아있는 납 페인트로부터 나온다. 어린이 장난감에 납 페인트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납은 신경계 손상 물질이다. 지금도 항공연료에는 납 휘발유(유연휘발유)가 사용되고 있다.

넷째, 방사성 가스인 라돈으로 폐암 원인 물질이다. 건물 지하의 균열된 벽 사이를 통해 실내로 유입된다. 폐암 사망자의 15%가 라돈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다섯째, 휘발성유기화합물(VOC)로 건축 자재와 접착제, 페인트 등 가정용 제품에 포함돼 있다. VOC의 대표 물질이 포름알데히드로, 동물 실험에 의해 발암 유발 물질로 확인돼 있다. 세제, 드라이클리닝액, 탈취제 용제와 같은 제품에서도 VOC가 함유될 수 있으며 플라스틱, 직물, 페인트 및 합성섬유 카펫에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VOC가 방출됨이 확인됐다. 최근에 와서 목재, 천연섬유의 사용이 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VOC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지만 가능성을 많이 줄여줄 수 있다.

이외에도 질소산화물, 이산화황과 같은 외부에서 발생하는 다른 오염물질도 실내 공기 오염 물질로 존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이후 국제적으로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경제적 규모, 산업기술, 수준 등이 높은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통계나 금융 시장에서는 아직도 신흥 시장 지표에 우리나라가 포함되는 경우가 있어, ‘아직 개발도상국’처럼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환경보호 측면에서의 대기 오염과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실내 공기질 문제에서도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함이 옳을 것이다. 금융 시장에서의 선진국 대우보다 먼저 환경 선진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