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청 민원인 공간인데…직원 없이는 발도 못들여
2025-12-23 오상민 기자
22일 지역 항만업계에 따르면, 울산해수청은 지난 2022년 국비 약 3600만원을 투입해 청사 정문 앞 건물(옛 식당)을 리모델링했다.
당시 해수청은 공사 목적을 ‘방문 민원인 접견실 및 소회의실 활용’이라고 명시했다. 본관 사무실이 포화 상태인 데다, 보안상 출입이 까다로운 점을 고려해 외부인이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는 소통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본보가 찾은 현장의 모습은 당초 목적과 거리가 멀었다. 건물 외벽 어디에도 이곳이 ‘민원인 접견실’임을 알리는 안내판은 붙어있지 않았다. 본관 내부에도 별도 민원실이 있어 직원의 별도 안내 없이는 일반 민원인이 이곳을 접견 공간으로 인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접근성 또한 불통이었다. 취재진이 건물로 다가서자 청사 경비원이 “직원과 동행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제지했다. 민원인이 자유롭게 오가며 대기하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철저한 통제 하에 운영되는 폐쇄적인 공간인 셈이다.
직원 동행 하에 확인한 내부는 관리가 더욱 미흡했다. 회의실 한쪽 구석에는 축구공과 배구공이 놓여 있었고, 책상 위에는 정리되지 않은 전선 뭉치가 널브러져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는 멈춰 선 지 오래였다. 정문은 잠겨 있지만 건물 옆으로 난 쪽문은 개방돼 있는 등 보안 관리도 허술했다.
혈세 수천만원을 들여 바닥과 조명 등을 교체했지만, 사실상 일반 민원인이 편익을 누리긴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내부 직원이나 유관기관 등과의 회의 장소로 일부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당초 민원인 접견 업무보다 단순한 회의실 조성에 그쳤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울산해수청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민원 편의’를 앞세웠을 뿐, 실제로는 직원 편의를 위한 보여주기식 공사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역 항만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치된 국유재산이 해당 건물 외에도 다른 시설은 없는지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며 “건물관리 예산이 적절하게 집행됐는지, 나아가 시설물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울산해수청 관계자는 “별관은 평소에 열려있는 공간이 아니고 해수청과 업무 협의가 필요한 경우에 개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글·사진=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