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항공 안전, ‘예방 방화 기술’로 전환

2025-12-24     경상일보

최근 국내외에서 항공기 내 보조배터리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기내 안전 체계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기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탑승객이 휴대하는 배터리 개수와 용량도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화재 발생 위험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부산항공 여객기 화재 사건은 활주로에 정차 중이던 기체 내부에서 보조배터리가 발화하며 순식간에 확산된 사고였다. 다행히 지상이었기에 즉시 대피가 가능했지만, 전문가들은 “비행 중 상공에서 발생했다면 조기 대응이 어려워 수백 명의 인명 피해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기 결함을 넘어,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라는 새로운 위험 유형에 대한 안전 기준이 강화되어야 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항공기 배터리 화재 대응은 승무원이 소화기로 진압시도를 하고, 불길이 잡힌 뒤 고온 배터리를 ‘격리보관백’에 옮기는 방식이다.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 현상은 일반 화재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되며, 특히 고용량 배터리(수만 mAh급)에서는 열·압력·가스 폭발이 동반된다. 초기 확산을 막지 못하면 불과 수십 초 내 객실 전체로 화염이 번질 위험이 있다. 즉, 기존 사후 격리 중심 대응만으로는 골든타임 확보가 어렵다.

결국 사후 격리보다 사전 예방이 핵심이다. 따라서 화재 발생 이후 진압하는 방식이 아니라, 발화(發火) 이전 단계에서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 즉 ‘사전 예방형 대응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승객이 탑승과 동시에 보조배터리와 전자기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화 보관 장비(Fireproof Pouch System)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 장비 추가가 아니라, 승객이 직접 참여하는 항공 안전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 기내 배터리 화재 대응 기술은 단순 방염에서 나아가 고열·폭압·가스 확산을 동시에 제어하는 복합적 대응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양태는 ‘사후 격리’ 중심 대응을 넘어 ‘예방 중심 안전 시스템’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사실 항공 업계는 오래전부터 배터리 화재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한때는 항공기 좌석마다 방화 보관 장비를 비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 부담, 기내 공간 문제 등을 이유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안전은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가 앞섰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항공 안전은 국가와 기업의 책임이다.

안전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강제되어야 하는 요소이며, 위험이 높을수록 그 비중도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항공기 화재 사고는 대부분 “예방 가능했던 사고”라는 점에서 더욱 무겁다. 보조배터리, 전자담배, 노트북 등 리튬이온전지를 활용한 휴대기기들은 언제든 열폭주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기내는 지상의 어떤 환경보다도 화재에 취약하다. 소화 장비가 제한적이고, 대체 탈출 경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확실한 투자는 무엇일까? 바로 예방 가능한 사고를 미리 막는 것이다. 안전투자는 종종 ‘비용’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항공 안전에서 비용은 비용이 아니라 보험이며, 신뢰이며, 생명과 직결된 가치다. 기술은 이미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 적용을 주저하지 않는 결단이다. 항공사가 먼저 나서고, 국가는 규제와 지원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앞으로 항공 안전의 기준은 단순한 규정 준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혁신 기술의 적극 도입, 안전 투자 확대, 승객 보호에 대한 기업의 책임 강화가 새로운 표준이 되어야 한다. 예방이 최선의 안전이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인식돼 왔다. 이제는 그 원칙을 실천으로 옮길 때다.

이대연 브랜드뉴 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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