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의 더불어나무(46·끝)]서생면 웃술마마을 반송

2025-12-24     경상일보

노거수(老巨樹)는 오랜시간 그 자리를 지키며 마을 역사와 삶을 함께 해온 거대한 나무다. 울산의 나무들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어떤 나무를 소개할까 생각하다가, 상북면 궁근정리에 있는 줄기가 일곱 갈래로 뻗은 칠간송이자 국우송으로 불리는 소나무를 찾았다. 소나무 껍질에 한입버섯, 갈색꽃구름버섯 등이 피어 있고, 잎은 모두 떨어진 상태였다. 나라를 지켜준다고 주민들이 국우송이라 불렀던 나무였는데, 너무 안타까운 모습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어 회야강가 서생면 웃술마마을 반송을 찾아갔다. 나무 옆에 살고 있는 주민은 필자를 보더니 “나무 보러 자주 안 오셔서 나무가 병들고 죽어간다”며 안타까운 목소리였다. 눈에 들어온 반송은 6개의 줄기 중 3개가 베어진 상태였다. 남아 있는 가지 끝의 잎들도 누런 것이 많았다. 소나무재선충은 아니었고, 아마도 응애나 진딧물 등의 해충이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나무 주변 환경도 몇 년 사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 과수원 자리에 공장이 들어서고 나무 사이에 수로가 만들어지면서 콘크리트 포장이 되었다. 공장과 배수로가 있는 부분의 줄기 3개가 말라 잘라냈다고 주민이 알려줬다.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나무 아래 울타리였다. 땅을 파고 콘크리트를 담장처럼 두른 뒤 그 위에 가드레일 같은 울타리를 설치해 두었다. 땅을 판 곳은 뿌리가 있는 곳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주민은 나무가 병든 원인이 아닐까 우려했다. 뿌리가 뻗을 곳이 부족해지면서 약해진 틈으로 병충해가 오니 견뎌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뿌리가 뻗고 숨 쉴 수 있는 공간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나무도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다.

연재는 쉬어가지만, 주민 말처럼 울산의 나무들을 계속 살펴 봐 달라는 어른나무의 부름이 들려오는 듯하다. 살아있는 생명문화재인 큰 나무, 어른나무들이 앞으로도 건강하게 우리와 함께 했으면 한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