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득 20조원 순유출…울산 1인당 GRDP 1위의 그림자
2024년 울산경제의 최종 성적표가 나왔다. 총평하자면 경제 회복은 이어졌지만 탄력은 둔화됐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지역소득 통계(GRDP·잠정)’에 따르면 울산의 명목 지역내총생산은 94조원, 실질 GRDP 성장률은 3.4%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2020년 -9.6%까지 추락했던 울산경제가 2022년 3.8%, 2023년 5.1%로 반등해 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둔화, 주력산업 성장 둔화, 내수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경제 회복의 탄력 약화는 피하지 못했다.
울산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제조업 편중이다. 광업·제조업 생산 비중은 63.2%로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기계·운송장비, 전기·전자·정밀기기 분야가 증가하며 제조업을 떠받쳤지만, 석탄·석유화학 제품 생산 감소는 전통 주력산업의 한계를 드러낸다. 더 큰 문제는 서비스업 비중이 28.6%로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는 제조업 경기 변동이 곧바로 지역경제 전체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취약성을 의미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득 구조다. 2024년 울산의 지역총소득은 73.6조원으로 늘었지만, 소득의 대규모 순유출은 멈추지 않았다. 지역총생산에서 지역총소득을 뺀 지역외순수취본원소득은 -20조원에 달했다. 지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의 21% 이상이 외부로 빠져나간 셈이다.
대기업 본사의 외지 소재, 배당금과 영업잉여의 외부 이전이 소득 순유출의 주된 원인이다. 울산에서 생산은 하지만 소득은 남지 않는 구조가 이미 수십 년째 고착화되고 있다. 지역 소득 순유출은 지역경제 선순환을 약화시킨다. ‘생산→분배→지출’로 이어져야 할 흐름이 끊기면서 내수와 서비스업 기반도 함께 위축된다.
울산경제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주력 제조업의 고도화와 함께 서비스업 동반 육성, 지역 내 투자와 소비의 선순환 구조 구축, 본사 이전과 지역 재투자를 통한 소득 환류 강화가 시급하다. 단순한 성장률 회복을 넘어, 지역에 소득이 남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해 울산은 여전히 1인당 GRDP 전국 1위를 지켰지만, 1인당 총소득 1위는 서울에 내준 지 오래다. 이제는 ‘1인당 GRDP 1위’라는 외형적 지표의 함정에서 벗어나 내실을 갖춰야 한다. 곳간을 지키면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소득의 역외 유출을 차단하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