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효율은 시간을 줄이지만, 효과는 시간을 채운다
12월은 몸과 마음이 조금 지쳐 있는 한 해의 끝에서 다시 새로운 숨을 고르며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시기다.
돌아보면, 살아간다는 일 자체가 그리 효율적인 일은 아니다. 길어야 백 년 남짓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부여받고, 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도 전에 또 다른 세대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들이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과 감정, 그리고 자원들을 떠올리면 삶은 결코 효율적이라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효율보다 ‘효과’에 집중하고 싶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마치 속도를 겨루는 경주 같다고 느낀다. 하지만 진짜 성장은 속도가 아니라 ‘몰입의 경험’ 속에서 이뤄진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스스로 무언가에 진득하게 빠져보는 시기. 그것이 삶의 방향을 만들어준다. 그 몰입은 곧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만 발견되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독감 환자가 늘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리 예방접종을 맞는다. 예방주사는 몸에 작은 균을 넣어 잠시 아프게 함으로써 나중의 큰 아픔을 막는다. 우리네 삶도 그와 닮았다. 완벽히 아프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 작은 통증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결국 진짜 면역은 아픔을 견디며 지나온 사람에게서 자라나는 힘이 아닐까.
연말엔 부정맥 환자도 늘어난다. 바쁜 일정과 과로, 불규칙한 수면으로 인해 심장의 박동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심장은 너무 빠르거나 느릴 때보다 일정한 리듬 속에서 가장 건강하게 뛴다. 우리네 삶의 리듬도 그렇다. 남들보다 빨라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 마음의 박자를 흔들어놓는다. 때로는 쉬어가며 호흡을 고를 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만의 속도를 되찾는다. 효율이 빠른 박자라면, 효과는 고르게 흐르는 리듬에 더 가깝다.
김소월의 시 ‘먼 후일’에는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절절한 감정이 담겨 있다. 먼 훗날 돌이켜보았을 때 선명히 남는 기억이 있으려면 그만큼 깊이 몰입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주 사랑했던 마음, 오랫동안 붙잡았던 꿈, 그리고 열정을 쏟았던 일들처럼 말이다.
다가오는 2026년에는 그렇게 자신을 온전히 빠져들게 만드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면 어떨까.
효율은 시간을 줄이지만, 효과는 시간을 채운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조금 느리더라도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면 좋겠다. 결국 오래 기억되는 건 속도가 아니라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얼마나 단단해졌는가’ 일테니.
김강현 울산온라인학교 보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