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산특구 지정된 울산, ‘에너지 거점도시’ 예약
울산이 마침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최종 지정됐다. 한 차례 보류라는 고비를 넘은 결과다.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 제정을 주도하고, 전국 최초로 분산에너지지원센터를 출범시킨 도시가 끝내 제도적 지위를 확보했다. 산업도시 울산이 전력 경쟁력과 미래산업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한 셈이다.
울산은 전력 다소비 산업구조를 가진 대표적 산업도시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에 더해 AI 데이터센터, 이차전지, 반도체 등 초고전력 신산업 수요까지 겹쳐 있다. 울산에서 전력 공급의 연속성과 안정성, 예측 가능한 요금 체계는 곧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분산에너지 특구는 이런 구조적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다.
이번 지정으로 울산은 ‘전력수요 유치형 분산특구’를 운영하게 된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구조를 통해 송전 부담을 줄이고, 발전과 판매를 연계한 직거래와 요금제 특례로 산업 현장의 전력 비용과 불확실성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울산시가 분산특구를 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 유치 전략과 직접 연결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분산특구가 ‘전기요금이 싼 지역’으로만 인식되는 순간 정책의 설득력은 약해진다. 대기업이나 초대형 전력 수요처 중심의 효과에 그친다면, 지역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전력 요금 인하와 공급 안정의 혜택이 중소·중견기업까지 실질적으로 확산되는 구조인지, 계약 조건과 수혜 범위는 투명한지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울산형 분산에너지 모델의 핵심은 LNG 기반 열병합 발전과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적절히 결합하는 것이다. 이는 울산의 산업 공정과 초고전력 수요를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 전환까지 달성해야 한다. 단순히 에너지원을 선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정책,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에너지 구조를 진화시키는 과정이 관건이다.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을 제도적 승인을 넘어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김두겸 시장의 말처럼, 꽃밭(환경)을 조성해 놓으니 벌(기업)이 자연스럽게 찾아오듯, 울산도 안정적 전력 공급과 친환경 인프라를 갖추면 산업과 기업 유치가 더 활발해지고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 정책 실행과 관리, 기술 개발에서 실효성을 확보하고, 전력 공급 안정과 친환경 전환을 동시에 달성하는 울산형 에너지 모델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