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그래, 역시 울산!
어느덧 손끝이 시려운 겨울의 한복판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울산의 거리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연말의 활기가 묘하게 교차합니다. 지난여름, 뜨겁고 습한 기후 속에서 우리가 “올해 날씨 참 변덕스럽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2025년 울산의 부동산 시장 역시 날씨만큼이나 복잡다단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감정평가사로서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여전히 “이제 좀 살만해질까요?” 혹은 “내년은 어떨까요?”였습니다. 수많은 부동산의 가치를 매기고 방대한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전문가에게도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가치를 더듬어온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우리 부동산시장을 무겁게 짓눌렀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금리였습니다. 상반기 두 차례 금리 인하 소식이 들려오며 잠시 숨통이 트이는 듯했으나, 가계가 체감하는 주택담보대출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습니다. 집을 사고 싶어도 매달 나가는 이자 부담에 발길을 돌리는 이웃들의 모습은 2025년 부동산시장을 상징하는 아픈 단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울산은 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도 플러스 성장을 시도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울산 아파트시장은 지난 7월부터 상승 전환해 12월 말 기준으로는 20주 넘게 상승세를 기록하며 전국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남구는 신축 단지와 학군 수요를 바탕으로, 북구는 산업단지 인근의 직주근접 수요를 바탕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록 안개가 자욱할지언정 우리 도시의 심장은 여전히 힘차게 뛰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울산의 저력은 울산만이 가진 특유의 산업 엔진에 있습니다. 2025년 하반기 미포국가산업단지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유치 소식과 바다 위를 수놓을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본격화는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연료를 공급했습니다.
정부의 ‘AI 고속도로’ 구상과 주력 산업의 고도화는 단순한 투기 수요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모여드는 실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울산이 최악의 상황을 면하며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튼튼한 산업 기반이라는 기초 체력 덕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2026년이라는 새로운 이정표 앞에 서 있습니다. 새해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더욱 구체화하며 시장의 신호등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도시 공급 확대와 도심 정비 사업 활성화라는 푸른 신호가 켜지겠지만, 동시에 스트레스 DSR,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부동산 규제의 방지턱 또한 여전히 놓여 있습니다. 결국 2026년은 금리 인하의 속도와 정부의 공급 신호, 그리고 지역 산업의 활기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시장의 온도가 결정될 것입니다.
감정평가사로서 한 해를 정리하며 드리고 싶은 말씀은 결국 본질로 돌아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시장의 소음 속에서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내 집의 가치가 삶의 터전인 울산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새해에도 시장의 안개는 완벽히 걷히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개개인의 상환 능력을 냉정히 따지고, 직주근접과 교육 환경이라는 실질적인 가치에 집중한다면 그 안개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 것입니다. 2026년, 튼튼한 엔진을 가진 울산의 부동산 시장이 안개를 뚫고 더욱 투명하고 가치 있는 길로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김태우 가온감정평가법인 울산경남지사 대표 감정평가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