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신사업 육성, 울산 에너지 자립도시 ‘탄탄대로’
2025-12-26 이다예 기자
지정이 한 차례 보류되며 위기를 맞는 듯 했지만, 지자체와 정치권 등이 긴밀히 공조해 목표를 달성한 점은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민관정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준 모범적인 선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관련 제도 시행 초기부터 분산특구 지정을 위한 행정력을 집중했다. 대규모 산업단지와 석유화학·조선·자동차 등 전력 다소비 산업 구조, AI 데이터센터 등 초고전력 신산업 수요가 겹치면서 기존 계통 중심 전력 체계로는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울산의 청사진은 분명했다. 분산특구 지정을 계기로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고, 이를 통해 전력 다소비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보겠다는 구상이었다.
울산은 발 빠른 대응으로 분산특구 선점에 나섰다.
2023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같은 해 8월 분산특구 지정의 당위성 모색을 위한 지정 추진단을 꾸렸다. 이어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분산에너지 지원센터’를 발족하고,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관한 자치법규 등을 마련한 뒤 올해 4월 분산특구 지정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달 5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위원회에서 지정이 한 차례 보류됐고, 지역에서는 반발과 함께 지정 촉구 목소리가 이어졌다.
울산 정치권과 실무진은 중앙정부 정책 기조에 맞춘 재생에너지 보완 계획을 마련해 다시 제출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달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분산특구 지정을 직접 건의하기도 했다.
울산이 분산특구에 사활을 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당위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분산특구 7개 후보지 가운데 즉시 전력 공급이 가능한 유일한 지역인데다, AI 데이터센터 등 초고전력 신산업을 뒷받침할 에너지 인프라를 갖췄다는 점에서다.
앞으로 울산에서 분산특구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환경·경제·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SK멀티유틸리티가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에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 도입되면 기업들의 전력 가격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배출권과 연계한 전기요금제 도입이 가능해져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바탕으로 전력 수요가 많은 기업 유치가 활성화되고,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첨단산업 중심의 AI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제도 있다. 수혜 기업과 비수혜 기업 간 형평성 논란 등이 제기될 수도 있고, 기존 전력 체계와의 제도적 문제 등도 풀어야 한다. 사업 개시 시점은 수요자와 개별 협의를 거쳐 전력 공급을 순차적으로 하는 방식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울산시는 내년부터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한 중장기 전략 마련에 착수한다. 관련 연구용역비 4억원 확보, 분산자원 정밀 실태조사, 신규 비즈니스 모델개발, 분산에너지 장기 로드맵 수립 등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분산특구 지정은 AI 고속도로 구축의 출발점이자 울산이 에너지 거점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전력 다소비 기업 유치, 전력신산업 육성 등 에너지 자립도시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