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중고거래앱’에 반한 외국인주민들

2025-12-29     김은정 기자
“물건 올리면 절반 이상이 외국인 연락이에요.”

최근 동구 중고거래 앱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외국인 주민이 늘면서 지역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시장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28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동구의 외국인 주민 수는 올해 11월 기준 1만789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1200명 늘었다. 외국인 주민이 해마다 조금씩 정착하면서 변화는 통계보다 먼저 생활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역 중고거래 시장이다.

실제 지난 27일 지역 중고거래 앱에 식료품 나눔 글을 올리자 채팅창이 빠르게 채워졌다. ‘당신의 나눔을 존경합니다’ 같은 서툰 한국어 인사가 잇따랐다.

이날 만난 외국인 이용자 ‘홍씨’(닉네임)는 “주변에서 알려줘 중고거래 앱을 알게 됐다”며 “한 번 써보니 편해 자주 이용한다. 주로 생필품이나 아기용품을 산다”고 말했다.

외국인 이용자들은 빨래건조대나 겨울옷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 위주로 중고거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비교적 높은 한국 물가 속에서 겨울옷이나 생활용품을 새로 사기보다 중고로 마련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국 중고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 외국인 이용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동구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필리핀 출신 엘비씨는 “외국인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당근마켓이 대유행”이라며 “너무 잘 알려져서 이용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역 커뮤니티에는 외국인 주민과 중고거래를 했다는 후기가 다양하게 올라오고 있다. 다만 일부 이용자들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과 함께 약속 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동구가족센터 관계자는 “외국인 주민들은 대부분 중고거래앱을 알고 있고 일부는 정말 알뜰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중고거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유리 외국인주민지원센터장은 “가끔 센터로 비싼 옷을 입고 와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면 중고로 샀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와 함께 외국인들이 지역 주민으로 적응해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