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AI시대, 질문하는 힘이 학습의 격차를 만든다

2025-12-29     경상일보

인공지능(AI) 시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이제는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여전히 이렇게 묻는다. 질문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그리고 질문하는 능력은 과연 어떻게 길러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질문하는 능력은 학습의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그리고 이 능력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충분히 키울 수 있는 역량이다. 우리가 익숙해 온 기존의 학습 방식은 정답 중심이었다. 교과서를 읽고,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어 정답을 맞히는 것이 공부의 핵심이었다. 이 방식은 지식의 변화 속도가 느리던 시대에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정답을 찾아낸다. 그러니 단순한 암기나 반복 학습만으로는 어떠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됐다.

학습 효과성에 대한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인지심리학 분야에서는 단순히 읽거나 듣는 학습의 경우, 24시간 뒤 기억 유지율이 20% 안팎에 그친다는 보고가 많다. 반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떠올리는 학습은 기억 유지율을 40~60%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질문이 학습의 깊이를 바꾼다는 뜻이다.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의 표현이 아니다. 질문은 자신이 어디까지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도구다. “이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가” “어느 지점에서 이해가 막히는가”를 묻는 순간, 학습자는 수동적인 수용자에서 능동적인 학습자로 바뀐다.

이러한 학습 태도를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Learning about Learning, 즉 ‘배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는 지식을 더 많이 쌓자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있는지, 그 방식이 실제로 효과적인지를 스스로 점검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말한다. 질문하는 힘은 바로 이 Learning about Learning의 핵심에 해당한다. AI 시대에 질문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분명한 사실은 AI는 질문을 받은 만큼만 답한다. 질문이 막연하면 답도 막연하고, 질문이 구체적이면 답의 질도 높아진다. 결국 질문의 수준이 학습의 수준을 결정한다. AI를 잘 쓰는 사람은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자신의 이해 수준을 정확히 점검할 줄 아는 사람이다. 생성형 AI는 질문자의 사고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인식, 즉 메타인지가 곧 AI 활용 능력이 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질문하는 능력은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까. 첫째, ‘이해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용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고 해서 이해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설명해 보려 할 때 막히는 지점이 바로 질문의 출발점이다. 둘째, 질문의 방향을 바꾸는 훈련이 필요하다. “왜 모르겠는가”보다 “어디에서 이해가 끊겼는가”를 묻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셋째, 질문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오늘 배운 것 중 가장 헷갈리는 부분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만으로도 학습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자기 질문을 병행한 학습자의 성취도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0~30% 높아지는 근거이기도 하다.

교육 현장 역시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정답을 빨리 말하는 학생보다, “여기까지는 이해했고 이 부분은 아직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학생이 더 잘 배우는 학생이다. 질문은 부족함의 표시가 아니라, 학습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많은 지식을 갖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변화 속에서도 계속 배우고, 다시 질문하고, 다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질문하는 힘은 결국 배우는 능력을 스스로 키우는 힘의 중심이다. 이제 우리의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무엇을 외웠는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이해했는가”를 묻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 전환이 이뤄질 때, 학습의 효과도 개인의 경쟁력도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스마트모빌리티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