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출산율 반등 속, 분만 인프라 붕괴 ‘위기’
지난해 울산의 출산율이 9년 만에 소폭 반등하며 희망의 불씨를 피웠다. 울산의 합계출산율은 0.86명으로, 저출산 기조 속에서 가까스로 하락세를 멈춰세웠다. 그러나 반등의 기쁨 뒤에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숨어 있다. 바로 지역 분만 인프라의 붕괴다. 동네 산부인과가 대부분 사라져 출산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울산에서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은 단 7곳에 불과하다. 의원급 산부인과 중 실제 분만 가능한 곳은 단 1곳뿐이다. 전국적으로도 2014년 대비 분만 가능 요양기관은 34.1%, 의원급 의료기관은 52.7% 줄었다. 기초자치단체 3곳 중 1곳은 아예 분만 시설이 없다. 저출생, 의료분쟁 위험, 낮은 수가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리면서 산부인과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분만 인프라 붕괴의 핵심 원인은 산부인과 전문의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54.4세이며, 30대 이하는 11.6%에 불과하다. 10년 내 분만대란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의대 신입생들은 성형외과, 치과 등 고수익 분야에 집중하고,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와 같은 필수 의료 분야는 기피해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산부인과 관련 사법 리스크도 분만 인프라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울산에서는 생후 5일 된 아기가 뇌손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해 병원이 16억원이 넘는 배상 판결을 받았다. 전국적으로도 산부인과 의료소송이 잇따르면서, “이제 아무도 분만실을 지키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의료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분만 인프라는 단순한 의료시설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출산권과 사회 안전망 핵심이다. 해결책은 명확하다. 정부는 필수의료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분만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며, 분만실 유지에 필요한 기본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 기존 의료기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도 필요하다. 새로운 시설 신설도 필요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분만 기관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울산의 출산율 반등은 통계상의 희망적 신호에 불과하다. 이를 실제 성과로 만들려면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는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출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정부와 지역 사회가 신속하게 움직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