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입지 확장, 미래산업 선점 위한 울산의 승부수

2025-12-29     경상일보

울산시가 2035년까지 산업시설용지 513만6000㎡, 약 155만평을 확보하는 제5차 산업입지 수급계획을 확정했다. 제4차 계획 대비 2.53배 확대된 규모다. 국토연구원 검증과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고시된 법정계획인 만큼, 이번 결정은 향후 10년 울산 산업 전략의 기준선이 된다. 산업도시 울산이 어떤 기업을 유치하고 어떤 산업으로 재편할지를 가늠하게 하는 기준이 된다.

울산은 울산미포와 온산국가산단의 용지는 이미 모두 분양이 완료돼, 신규 공장용지는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국가산단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일부 확장이 진행되고 있지만, 투자 수요를 제때 흡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중형 일반산업단지 4~5곳을 새로 조성하는 이번 계획은 이런 구조적 용지 부족 압박에 대한 정책적 응답이다. 성안·약사, U-밸리, 수소융복합밸리 등은 정부 전략사업을 추진할 미래 산업 거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산업입지 확대는 숫자로 평가할 사안이 아니다. 핵심은 산업 구조 전환의 실효성이다. 기존 석유화학·중공업 중심에서 인공지능(AI), 수소, 이차전지, 친환경 모빌리티로 옮겨가려면, 기업이 실제로 들어와 생산을 시작할 수 있는 산업공간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 최근 울산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이런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배경 조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계해야 할 대목도 뚜렷하다. 선제 용지 공급은 언제든 선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산업단지 조성에는 막대한 기반시설 비용이 수반되고, 환경 부담과 주민 갈등도 함께 커진다. 글로벌 경기 변동이나 신산업 투자 지연이 겹치면 미분양과 장기 미활용 부지가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계획이 클수록 위험 관리의 정교함이 요구된다.

최근 산업단지 조성 성패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앵커 기업 유치 여부를 포함해, 단계별 조성 원칙과 실수요 기반 분양이 전제돼야 한다. 동시에 기존 산단의 재배치와 고도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외곽 확장만 키우고 구산단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다. 산업입지는 개별 개발사업이 아니라 2040년 울산도시기본계획과 맞물린 도시 공간 전략의 일부로 다뤄져야 한다.

제5차 산업입지 수급계획은 출발선일 뿐이다. 513만6000㎡의 의미는 확보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수요 검증, 단계 집행, 앵커 기업 연계, 기존 산단 재편까지 한 세트로 작동할 때 비로소 미래 산업의 토대가 된다. 울산의 산업입지 전략은 이제 면적 경쟁이 아니라 실행 경쟁, 그리고 책임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