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제조업 체감경기 여전히 ‘찬바람’

2025-12-29     서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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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분기 국내 제조업 경기전망이 전분기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18개 분기째 기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기업 경기전망 개선세에도 고환율·고비용 여파로 내수기업의 체감경기가 줄어든 영향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28일 전국 2208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6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발표했다.

내년 1분기 국내 제조업 경기전망지수는 전분기(74)보다 3p 상승한 77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3분기 이후 18분기 연속 기준치(100)를 하회한 결과다. 관세충격으로 급락했던 수출기업의 전망지수가 90으로 전분기 대비 16p 상승했지만, 내수기업의 전망지수는 74에 그쳐 체감경기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의 전망지수가 75로 대기업(88)과 중견기업(88)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대기업들의 경우 수출비중이 높아 관세 불확실성 해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반면, 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조달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체감경기가 정체된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 보면, 조선은 대형 조선사 중심으로 3년 치의 수주잔량 확보와 고부가 선박의 수주 확대가 기대되며 전 분기 대비 19p 상승해 기준치에 근접한 96을 기록했다.

자동차는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완화와 국내 전기차 신공장 가동에 따른 공급능력 확대 등이 호재로 작용해 전망지수가 17p 상승했지만 글로벌 시장의 둔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77에 머물렀다.

반도체는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대와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맞물려 전 분기 대비 22p 상승한 ‘120’을 기록했다.

식음료·전기·비금속광물 등 고환율 지속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업종들은 새해 전망지수가 부진했다.

대미 관세율이 50%로 유지 중인 철강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더해 고환율 부담까지 커지면서 5분기 연속 전망지수가 70선 이하에 머물렀다.

올해 기업들의 경영성과는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매출실적의 경우, 전체기업의 65.1%가 연초 목표 대비 미달했다고 답했는데, ‘10%이상 미달’이라고 답한 기업이 32.5%, ‘10%이내 미달’ 응답 기업이 32.6%를 기록했다.

‘연간 매출 목표를 달성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26.4%였고, 전체 응답기업 중 8.5%만이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답했다.

올해 비용측면의 상승요인들이 많았던 만큼 영업이익의 목표 달성률이 매출목표 달성률보다 더 낮았다. ‘영업이익 실적이 연초 목표치에 미달했다’고 응답한 기업이 68.0%로 매출실적 미달 기업보다 2.9% 많았다.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했다’는 기업은 25.4% 였으며, ‘초과 달성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6.6%였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통상 불확실성 완화와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으나, 고환율 지속과 내수 회복 지연에 기업들의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며 “정부는 성장지향형 제도 도입과 규제 완화, 고비용 구조 개혁 등 근본적 경제체질 개선을 중점과제로 삼고, 위기산업의 재편과 AI 등 미래산업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을 뒷받침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