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5분 지연’ 일상화, 울산공항 경쟁력 갉아먹는다
울산공항의 항공기 지연이 만성화되며 시민 불편이 일상화되고 있다. 항공편이 예정 시간보다 15분 이상 늦어지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항공 이용에 대한 신뢰 저하는 물론 지역 경쟁력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운영 미숙을 넘어 항공 운항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신호로,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울산공항 운항 3개 항공사 평균 지연율은 12.2%로 국내선 평균보다는 낮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의 본질은 분명해진다. 유일한 저가항공사인 진에어의 지연율은 20%에 육박해 대한항공과 에어부산에 비해 각각 두 배와 다섯 배까지 높다. 지난해(34.75%) 보다는 크게 개선됐다고 하나, 여전히 다섯 편 중 한 편꼴로 15분 이상 지연되는 상황은 ‘관행’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다.
문제는 진에어 지연의 85%가 ‘연결 지연’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평균 76.5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앞선 항공편 지연이 다음 편 출발을 연쇄적으로 늦추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특정 시간대나 기상 악화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항공기 회전율과 스케줄 관리의 취약성에서 비롯된 상시적 리스크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항공기 지연은 승객 개인의 일정 차질에 그치지 않는다. 승객 개인의 일정과 업무 차질은 물론, 공항과 항공사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산업도시 울산은 출장과 업무 이동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항공기 지연이 반복될 경우 기업 활동과 지역 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가 협업 체계를 운영하며 정시율 제고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여전히 크다. 중·소형 공항이라는 이유로 대체 항공기 투입이 어렵다는 설명만으로는 반복되는 지연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이제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항공사별 정시율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평가와 노선 배분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반복 지연 항공사에는 명확한 페널티를, 정시 운항 성과를 낸 항공사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적 유인책도 병행돼야 한다.
울산공항의 지연 문제는 더 이상 개별 항공사의 책임으로 치부할 수 없다. 국토부와 공항공사, 항공사가 책임 있는 협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항과 항공사가 시민과의 약속인 ‘시간’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시대에 울산공항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