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체육 저변 확대…2군 창단 야구인프라 확장

2025-12-30     주하연 기자
2025년 울산 체육계는 영광과 아쉬움이 교차한 한 해였다. 전국·소년·장애인체전에서 선수들은 묵묵히 경쟁력을 쌓으며 저변을 넓혔지만, 프로축구 울산HD는 성적 부진과 내홍 속에 흔들렸고 팬들의 아쉬움도 컸다. 대신 NC 다이노스의 울산 경기 개최와 프로야구 2군 구단 창단은 새로운 가능성을 남기며 울산 스포츠 지형의 변화를 예고했다.

장애인체전 메달 4위 성과 등

체전 3대 무대서 경쟁력 확인

◇체전 3대 무대에서 확인한 울산 체육의 기초체력

울산 체육은 2025년 전국 무대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재증명했다.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울산 선수단은 금메달 47개, 은메달 27개, 동메달 58개 등 총 132개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15위를 기록했다.

순위 상승이라는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특정 종목에 편중되지 않은 고른 메달 분포는 울산 체육의 기초 체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육상과 수영, 태권도, 볼링 등 전통 강세 종목에서는 꾸준히 메달이 나왔고, 일부 종목에서는 신예 선수들이 결승 무대에 오르며 세대교체 가능성도 엿보였다.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울산 학생선수들은 금 15개, 은 17개, 동 31개 로 총 63개 메달을 수확했다. 메달 색깔보다는 결승 진출 사례와 개인 기록 경신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선수 육성 성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학교 운동부 축소와 선수 수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출전 종목과 선수층을 유지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대목이다.

장애인체육은 확실한 성장세를 보였다. 울산은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메달 68개, 은메달 35개, 동메달 42개 등 총 145개 메달을 획득하며 메달 순위 4위에 올랐다.

개인 종목을 중심으로 개인 최고 기록과 신기록이 다수 쏟아졌고, 생활체육에서 전문체육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프로축구 울산HD 9위로 추락

성적·운영 전반체질 개선 필요

◇울산HD, 성적 부진 넘어 ‘내홍’으로 흔들린 시즌

울산을 대표하는 프로팀인 프로축구 울산HD FC의 2025시즌은 성적과 조직력 모두에서 깊은 상처를 남겼다.

울산HD는 K리그1 정규리그를 9위로 마감하며 최근 수년간 유지해온 상위권 경쟁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시즌 초반부터 승점을 안정적으로 쌓지 못했고, 중·하위권을 오르내리며 시즌 내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한때는 강등권과의 승점 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지며 잔류 경쟁에까지 내몰렸다.

시즌 막판까지도 뚜렷한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한 채 최종 라운드 직전까지 잔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타 구단들의 결과에 힘입어 가까스로 K리그1 잔류를 확정했지만, 홈 팬들 앞에서 치른 시즌 최종전마저 패배로 끝나며 씁쓸한 결말을 맞았다.

성적 부진 속에 시즌 중반 부임한 신태용 감독 체제 역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공식전 7경기 무승이 이어졌고, 전술 완성도 부족과 선수 기용을 둘러싼 불만이 누적됐다. 여기에 감독과 선수단 간 소통 부재, 훈련 과정에서의 폭언·폭행 의혹까지 불거지며 팀 분위기는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신 감독은 부임 두 달여 만에 팀을 떠났고, 울산HD는 극심한 혼란 속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한 성적표가 아니라 조직력과 신뢰의 붕괴였다.

2025년은 울산HD가 ‘명가’라는 이름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 보강을 넘어 구조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비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경고를 받은 해로 남게 됐다.

NC홈경기로 문수야구장 주목

아마추어 야구 활성화 거점 기대

◇야구가 남긴 가능성…NC 경기 유치에서 2군 창단으로

2025년 프로야구 무대는 울산에도 분명한 변곡점을 남겼다.

울산 문수야구장은 그동안 롯데 자이언츠의 제2 홈구장으로 활용돼 왔지만, 실제 1군 경기는 연간 손에 꼽힐 정도에 그치며 ‘홀대론’이 매년 반복돼 왔다.

올해는 돌발 상황이 전환점이 됐다.

지난 3월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구조물 추락 사고로 홈구장 사용이 중단되자, NC 다이노스는 2025시즌 잔여 홈 경기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치르기로 결정했다.

울산시는 경기 운영, 시설 관리, 교통·안전 대책 등에서 전폭적인 행정 지원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KBO와 야구계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NC는 5월 키움 히어로즈전 등을 문수야구장에서 홈 경기로 치르며 울산 야구팬들에게 오랜만에 정규시즌 프로야구를 직접 관람할 기회를 제공했다.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 원정 팬들의 체류가 이어지며 숙박·외식 등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경험은 울산이 단순한 ‘임시 개최지’에 머무르지 않고, 야구 문화와 인프라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시는 2026년부터 KBO 퓨처스리그에 참가하는 프로야구 2군 구단 창단을 공식화했다. 광역시가 지자체 주도로 프로야구 2군 팀을 창단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울산 야구 생태계 구축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문수야구장이 향후 정규 KBO 리그 경기 유치 확대와 함께 지역 청소년·아마추어 야구 활성화의 중심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