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韓 수출 7000억달러 첫 돌파…세계 6번째

2025-12-30     오상민 기자

올해 한국 수출이 사상 최초로 7000억달러를 돌파하며 무역 강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7년 만에 달성한 역사적 기록으로, 미국과 독일 등에 이어 세계 6번째다.

29일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은 이날 오후 1시3분 기준 연간 누적 수출액이 7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국의 수출 성장사는 가파르다.

1995년 1000억달러를 시작으로 2011년 5000억달러, 2018년 6000억달러를 차례로 넘겼고, 7년 만에 다시 7000억달러 고지를 밟았다. 특히 6000억달러 달성은 세계 7번째였지만, 7000억달러는 6번째로 순위를 앞당기며 글로벌 경쟁국 대비 빠른 성장세를 과시했다.

1948년 1900만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액은 3만6000배 이상 폭증했고, 연평균 증가율은 14.6%에 달한다.

이번 성과는 대내외적 악재를 뚫고 이뤄내 의미가 깊다.

연초만 해도 미국발 관세 충격과 보호무역 확산으로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었지만, 새 정부 출범 후 대미 관세 협상 타결 등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지난 6월부터 반등에 성공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자동차·선박’ 등 주력 산업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고, 한류 열풍을 탄 식품과 화장품 등이 가세해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 측면에서도 미국과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아세안, 유럽연합(EU), 중남미 등으로 판로를 넓히며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 아울러 수출 중소기업의 실적과 기업 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수출 저변도 확대됐다.

수출 호조와 함께 외국인직접투자(FDI)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올해 FDI는 상반기 부진(-14.6%)을 딛고 지난해 실적(345억7000만달러)을 뛰어넘은 350억달러(신고 기준)를 달성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며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 투자가 대거 유입된 덕분이다.

특히 공장 등을 직접 짓는 ‘그린필드 투자’가 대폭 늘어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내수 부진 속에서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 속에서 경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2년 연속 수출 7000억달러 및 외국인투자 350억달러 달성을 위해 제조 혁신과 지원 체계 강화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