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지혜의 푸른 뱀에서 질주의 붉은 말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곰과 호랑이는 환웅을 찾아가 방법을 물었다. 이에 환웅은 쑥과 마늘을 주면서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쑥과 마늘을 갖고 동굴에 들어간 곰과 호랑이는 정반대의 결과를 안았다. 호랑이는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오는 바람에 인간이 될 수 없었지만, 곰은 묵묵히 참고 인내함으로써 마침내 여자로 변해 동굴 바깥으로 나왔다. 얼마 전, 모임에서 만난 필자의 오랜 지인이 2025년 울산시의회를 돌아보면 단군 설화가 떠오른다고 넌지시 이야기했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직무대리라는 비상 체제에서 의장이라는 정상 체제로 돌아온 시간과 과정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시 의장 재선출까지는 223일이 걸렸지만, 올해만 놓고 보면 100일 가까이 걸렸기 때문이다. 곰이 인간이 되기까지 기간인 100일을 채운 것은 아니었지만, 체감상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 지인의 설명이다.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길고 길었던 혼란과 혼선의 시간이 있었지만, 수습과 회복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었던 것은 곰처럼 참고 인내한 동료 의원 모두의 노력과 정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그간의 앙금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승적인 마음으로 잃어버렸던 신뢰와 애정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갈라진 틈이 한꺼번에 메워질 순 없었지만, 자주 만나고 대화하면서 벌어진 틈새를 조금씩 봉합해 나갔다. 재선출 당선 인사에서 밝힌 대로 ‘시민의 질책과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시민의 봉사자이자 대변자로서 소임에 충성’을 다하려 애썼다. 충고와 충성에 나오는 충(忠) 자의 무거움을 새삼 절감한 2025년이었다. 충을 생각하니 영화 명량에서 봤던 이순신 장군의 ‘무릇 장수 된 자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라는 어록이 떠올랐다. 필자와 동료 의원들이 향해야 하는 충의 대상은 시민과 울산이다. 조금 더 넓게 본다면, 울산의 발전과 성장을 염원하는 울산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될 것이다.
연초 3개월에 걸쳐 직무대리 체제로 예열을 한 시의회는 의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광폭의 행보를 펼쳤다.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정책의회에 걸맞은 활동을 하나하나 전개했다. 의원 개개인이 정책 간담회를 열었고, 상임위원회별로 토론회를 마련해 시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여론의 중지를 모으는 다양한 활동을 했다. 복합적인 민원이나 사안에 대해서는 의회 차원에서도 공청회 등을 열었다. 본회의장 안에서 회의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반드시 현장 활동을 병행하도록 독려했다. 현장의 문제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의정활동에 매진했다. 그것이 ‘시민중심 민생의회, 신뢰받는 소통의회’라는 8대 시의회의 방향과 일치하는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올해 우리 시의회는 정례회 2회와 임시회 6회를 열어 총 115일간의 회기 일정을 소화하면서 조례안 179건, 예산안 28건 등 332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 기간 의원들은 집행부를 상대로 5분 자유발언 17건, 서면질문 83건 등을 통해 정책과 사업에 대해 날카롭게 추궁했고, 다양한 질의와 건의로 시민의 삶을 챙기고, 울산 발전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다. 6개의 의원연구단체는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를 통해 정책 제언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의회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행정사무감사는 한층 더 예리했고, 예산안 심의는 세금 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투입해 시민과 울산의 동력이 되도록 집중했다.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요란하게 포장하는 성과가 아니라 시민이 불편부당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대의기관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려 했다. 푸른 뱀의 지혜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온 2025년은 저물고, 이제 거침없이 질주하는 붉은 말의 해인 2026년이 열린다. 필자와 우리 시의회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에도 붉은 말의 기세로 시민의 더 나은 삶과 울산의 더 큰 번영을 위해 힘차게 내달릴 것이다. 시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1년 365일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시길 기원 드린다.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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